참다운 바흐 음악 향한 후세의 오랜 열망 느껴
고음악 연주회 둘
음악애호가, 특히 바흐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난 2월 27~28일 이틀은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다. 바흐의 대작인 〈B단조 미사〉와 〈요한 수난곡〉을, 바흐 연주의 두 축을 이루는 라이프치히 전통과 역사주의 연주양식으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흐의 종교음악이 오랜 망각 끝에 19세기에 다시 부활한 이후, 악보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논의가 있었고, 이는 옛 음악 연주에 풍요로운 자산이 됐다.
27일 〈B단조 미사〉를 연주한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 합창단(사진)은 바흐 자신이 생애 말년 30여년에 걸쳐 칸토르(교회 음악감독)로 재직한 바로 그 교회이며, 이날 함께 연주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19세기 말부터 다시 구축한 강력한 바흐 전통을 따른 ‘라이프치히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합창단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전체적으로 앙상블이 잘 맞지 않았고 지휘자 빌러의 해석도 의도한 대로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독일 소년합창 특유의 질박하고 옹골찬 소리는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올린 전통의 무게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날 연주에서는 굳건한 전통의 한가운데서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옛 악기와 역사주의 연주방식을 도입했으며, 전체적인 해석 역시 과거의 칸토르들과는 달리 최근의 연구성과를 어느정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바흐의 박자기호에 따라 템포의 변화를 시도한 부분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8일 요한 수난곡을 연주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그 반대편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중반 이후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역사주의 연주가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손에 잡힐 듯 투명하게 드러나는 짜임새,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조화, 옛 악기의 섬세하고 독특한 음색, 그리고 합창까지 담당한 독창자들의 빛나는 가창은 바흐 음악의 참다운 힘을 청중에게 선사했다. 성경과 시 낭송은 바흐 시대의 예배 형식을 21세기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고음악 운동의 정신이 옛 연주의 모방이나 형식적 재현이 아니라 그 내면적 뜻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음악에 정답은 없으며, 바흐 음악에 이르는 길 역시 결코 하나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연주회는 바흐의 악보를 허공 위에 그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고뇌와 탐구, 상상력과 창의력을 쏟아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바흐로 향하는 길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준형/고전음악 평론가 obrecht@naver.com, 사진 빈체로 제공
이준형/고전음악 평론가 obrecht@naver.com, 사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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