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 정책 정상화’ 표현에 실명으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금통위에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비둘기(완화정책 선호) 성향 위원이 나온 것이다.
29일 한은이 공개한 ‘2021년도 제11차 금통위 의사록(6월10일 개최)’에 따르면 주상영 금통위원이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문구 변경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향후 기준금리 운용’ 부분에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라는 문구를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로 바꾸는 것을 논의했다. 또 “코로나19 대응으로 이례적으로 완화했던 통화 정책 기조의 정상화”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관련 문구는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한 위원은 “금통위의 의견을 시장과 정확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시장 기대를 견인하고 중장기적으로 통화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며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는 결정문 뿐만 아니라 총재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질의응답 등을 통해서도 전달되는 만큼 모두 종합해 기술하는 것이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기준금리 운용’ 부분을 직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다르게 수록한 선례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내용을 보완해 기술하는 것이 금통위의 의견을 보다 적절하게 전달하는 방향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지난 5월27일 금통위가 의결한 통화정책방향 서술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서술을 이번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그대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록 우리 경제가 그간의 다각적인 정책대응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상태는 여전히 회복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인플레이션의 경우 하방압력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당행이 중기적 시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피해 업종 및 취약 계층의 활동이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고, 그간의 성장 손실을 만회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회복과 확장의 탄력을 선제적으로 제어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만큼 통화 정책의 정상화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의사록을 보면 반대 의견은 주 위원인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문구 변경과 추가를 의결하면서 “다만 주상영 위원은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0.5%로 유지했지만, 금통위원 6명 중 3∼4명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긴축정책 선호) 색깔을 드러냈다. 이런 분위기가 지난 10일 회의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 위원이 공개적으로 현행 유지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주 위원이 강한 비둘기 색깔을 드러낸 것이라 다음달 15일 금통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