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노 ‘다른 입장서’ 반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금산법) 개정안은 지난 2004년 11월 정부안이 나오고 1년4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 23일에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소위를 통과했다. 그것도 여야 합의가 아니라, 표 대결을 통해서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 1년4개월 동안 정부의 금산법 개정안은 이른바 ‘박영선안’(2005년 4월)으로 강경해졌다가, 여당의 ‘권고적 당론’(2005년 11월)으로 완화된 뒤, 결국 ‘재경위 소위 통과안’으로 더 뒷걸음질쳤다. 재경위 소속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4일 “재경위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삼성 맞춤형법’으로, 핵심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5% 초과지분이 사실상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며 “이는 지나친 원칙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굴곡이 빚어진 원인으로 한나라당의 반대와 열린우리당내 일부 보수적 인사들의 동조, 그리고 삼성그룹의 로비 등을 꼽고 있다.
23일 재경위 금융소위를 통과한 ‘2년 동안 의결권 제한을 유예한 뒤 2008년부터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은 여당의 마지막 협상카드였다고 한다. 우제창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지난 21일 김양수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과의 비공식협상에서 처음 이 카드를 꺼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외형상’ 이 타협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이를 두고선 ‘어차피 삼성에 크게 불리한 것이 없는 방안이니 여당의 표결처리를 방조한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법안을 질질 끄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비타협적으로 나오는 한나라당과 2월 중으로 처리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타협안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삼성도 집요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삼성그룹에서 이달 초 ‘불리한 법안도 수용하겠다’는 승복선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처리를 미뤄달라’, ‘소위 통과를 막아달라’는 등의 다양한 로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은 전체회의에서도 표결처리를 요구하고 있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소위 차원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딴지를 걸고 있다”며 “이 법이 중간에 부결되는 것이 삼성에게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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