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개정안’ 대폭 후퇴 소위통과 의미
‘전자지분’ 의결권 제한 2년 유예…‘에버랜드’는 5년뒤로
‘전자지분’ 의결권 제한 2년 유예…‘에버랜드’는 5년뒤로
‘교묘한 절충과 삼성 감싸기.’
지난 23일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에서 통과된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이하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이라는 특정기업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금융소위는 1997년 금산법을 제정하기 이전에 취득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합법화했다. 또 5% 초과 지분에 대해 처분 대신 의결권 제한으로 완화하고, 그나마 제한시점을 2년 뒤로 미뤘다. 이는 애초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발의안이나 여당안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이를 처리한 국회 재경위원들은 수정안에 일부 진전된 내용도 담겼다는 주장을 펴지만, 금융-산업자본을 분리하자는 애초의 입법취지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에 대해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 안에 자발적으로 해소하지 않을 경우 매각명령을 내리도록 한 점을 ‘성과’로 꼽는다. 지난해 6월 법안 발의로 금산법 개정을 주도했던 박영선 의원 쪽은 “어쨌든 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 의결권 제한 등으로 제재를 가한 것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문제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도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5년 유예’ 조항은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서는, 금산법이 제정된 97년 3월 이전 취득분은 의결권을 제한하되 2년 동안 유예기간을, 이후 취득분에 대해서는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그러나 5% 초과 지분에 대해 ‘처분’ 대신, 5년 안에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삼성을 의식한 ‘배려’의 성격이 짙다. 강제매각 대신 상장 뒤 분할 매각하거나 증자 또는 특수관계인에 넘기는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준 것이다.
금산법의 의결권 제한을 공정거래법 11조와 연결시킨 것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11조 3항에는 사업양수도, 임원 선임 등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금산법의 취지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통해 재벌그룹의 지배력 확장을 막자는 것인데,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터준 셈이다. 2년 뒤인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공정거래법 11조마저 손댈 경우 법 취지는 이보다 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에서 “삼성의 8천억원 헌납 발표 이후 정부 여당이 마치 화답하듯이 금산법 개정 문제를 삼성의 의도대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 없으며, 이런 기만적 법 개정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은 개정안 통과로 일단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당장은 이재용→에버랜드→생명→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2년 유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의 경영권 위협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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