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도 미 소송 ‘덫’에 빠지나

한-미 FTA 8차협상 종료…10일부터 고위급 회담
투자자-국가 소송제 ‘제외해야’→‘할수도’ 후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논란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관련해, 부동산·조세 정책을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한국 협상단의 계획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협정문 부속서에 부동산·조세정책의 제외를 명시하자고 요구했으나, 미국 쪽의 완강한 태도에 부닥쳐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하는 절충점이 마련되고 있다고 협상단 관계자가 전했다.

8차 협상 마지막날인 12일,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국 쪽 협상단의 핵심 관계자는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에서 부동산과 조세 정책을 빼자는 우리 요구를 미국 쪽에서 수용 가능한 선에서 표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부동산·조세 정책이라는 글귀 자체는 그대로 두되, 두 가지 정책은 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에서 ‘할 수도 있다’는 형태로 협정문안이 작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에 대해 제소할 수 없도록 못박지 않았다는 뜻으로, 조세·사법주권의 훼손 시비는 물론, 공공 목적의 부동산 수용정책과 관련해 위헌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정부의 정책이 뜻하지 않게 상대국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투자자가 민간 국제심판기관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미국 투자자의 사적 이익 때문에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양국은 이날 농업,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의약품 등 일곱 가지 분과회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수석대표들과 분과장만 참여하는 ‘2+2’ 회의를 잇달아 열어 핵심 쟁점 위주로 막판 절충에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전날까지 완전타결을 본 경쟁, 정부조달, 통관 분야 협상 외에 이날 추가로 타결된 분과는 없었다. 기술장벽, 환경, 전자상거래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완전타결을 하지는 못했다.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이후 농업과 섬유는 각각 (해당 부처 차관보급이 대표가 되는) 별도 고위급 회담을 벌이며, 자동차, 무역구제, 개성공단, 방송·통신 유보안 등에 대해서는 19~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수석대표간 고위급 협의를 개최해 절충안을 찾기로 했다”며 “그래도 남는 쟁점을 다룰 고위급 협의는 형식과 일정, 장소에 대해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대표는 “다음주 워싱턴에서 김종훈 대표와 만나 상당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몇 가지 이슈는 수석 차원보다 격상돼 장·차관급에서 논의돼야 할 게 남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국제수역사무국 전문가 패널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승인했다”고 강조하는 등 한국의 쇠고기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송창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