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 구조
한국 오면 고급차값 2배 껑충…감세 효과 무색
“가격남용 처벌” 신고…업체들 “판매관리비 탓”
“가격남용 처벌” 신고…업체들 “판매관리비 탓”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차 값이 얼마나 낮아집니까?” “가격 폭리가 여전한데 거품부터 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15일 오후, ‘2007 서울모터쇼’가 절정에 이른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의 수입차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맨 먼저 보인 호기심은 역시 차값 동향이었다.
앞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국회 동의를 얻어 정식 발효된다면, 미국산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입차에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산 수입차에 물리는 8% 관세가 없어지고 특소세 5% 인하 효과까지 합치면 대략 10% 정도의 가격인하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수입차 국내 판매가격의 기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세금 인하에 따른 차 값 인하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를 자세히 뜯어보면 실제로 납득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다.
베엠베가 이번 서울모터쇼에 출품한 최고급 세단 ‘760Li’는 미국 시장에서 12만달러(1억1천만원)에 판매되지만 국내 판매가격은 2억6400만원이다. 원-달러 환율 940원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서 미국보다 갑절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 렉서스의 ‘LS460L’은 국내 판매가가 1억6300만원인 반면, 미국에서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8만6천달러에 팔린다. 벤츠가 지난해 여름 들여온 최상급 모델 ‘S600L’의 국내 판매가(2억6600만원)는 미국에서의 판매가(1억3200만원)에 견주면 갑절 비싸다.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베엠베코리아다. 베엠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4832억원의 매출을 올려, 452억원의 영업이익과 27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5년 순이익이 18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100억원 가까이 이익을 불렸다. 이 덕분에 베엠베코리아는 지난해 200억원을 본사에 현금배당으로 송금할 수 있었다.
국내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비쌀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수입차 업체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정영미 베엠베코리아 차장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은 시장에서는 판매관리비 등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최대 시장인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각종 세금과 시장의 협소함 때문에 한국 수입차 시장은 판매가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급 편의사양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거의 ‘풀옵션’을 장착한 차량이 들어오고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는 것도 차 값이 비싸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종 세금과 이윤 등을 고려하더라도 차 값이 2배 넘게 비싼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최규호 변호사는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책정한 가격이 미국은 물론 일본, 독일에 견줘서도 과도하게 비싸다”며 “우리나라의 관세나 세금 등을 핑계되지만 똑같이 세금 적용을 받는 혼다 같은 업체들은 그렇게 높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최근 베엠베, 벤츠, 아우디 3개사를 가격남용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수입차업체의 횡포가 차량 가격 뿐 아니라 수리비와 부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거품빼기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수입차를 정비업소에 맡기면 표준작업 시간이나 부품단가도 없이 부르는 게 값이어서 자칫 접촉사고라도 나면 국산차는 ‘봉’이 된다”며 “결국 불특정 다수의 국산차 운전자들은 수입차 부품가격의 횡포로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일부 시민단체는 “수입차업체의 횡포가 차량 가격 뿐 아니라 수리비와 부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거품빼기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수입차를 정비업소에 맡기면 표준작업 시간이나 부품단가도 없이 부르는 게 값이어서 자칫 접촉사고라도 나면 국산차는 ‘봉’이 된다”며 “결국 불특정 다수의 국산차 운전자들은 수입차 부품가격의 횡포로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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