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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물 삭제
과거 ‘불온통신 악령’ 되살아나는듯

등록 2008-07-07 19:00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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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놀랐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관료인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을 근거로 조·중·동 압박운동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망법 제44조의7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전제한 뒤,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등 유통해서는 안되는 정보 유형 아홉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 가운데 아홉번째인 ‘그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항목을 적용했는데, 이게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기타’ 항목을 적용하려면 심의 대상 정보의 불법 정도가 앞에 나열된 여덟가지에 준해야 하는데,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게시물이 앞 여덟가지 수준의 불법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조항은 옛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의 ‘불온통신’에서 출발했다. 이 조항은 1990년대 후반까지 존재했는데, 걸면 걸리지 않는 게 없어 ‘악법 중의 악법’으로 불렸다. 이 조항에 따라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삭제되거나 처벌된 사례만도 수없이 많다. 공권력이 이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례도 많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불온이란 표현의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불법의 범위를 구체화하라’는 취지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보통신부가 법을 개정했는데, 이 때 불온통신 조항이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으로 바뀌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그밖에’로 시작되는 아홉번째 항목 때문에 위헌 판결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비판했으나, 정통부는 “모든 불법정보 사례를 법에 나열하기 어려워 기술적으로 이렇게 했을 뿐”이라며 “앞 여덟가지에 준하는 불법성을 가진 정보만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포털 게시물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가 우세했다. 법조계 대표로 나선 이들도 방송통신심의위에 같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삭제 결정을 내렸다. 찬성과 반대가 6대3으로 나온 것도 공교롭다. 방송통신심의위 위원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 추천 몫이 6명인 까닭이다.

“‘독재정권 시절의 불온통신 악령이 아홉번째 항목을 타고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쪽의 지적이다. 불온통신의 악령이 발호해 마구잡이 삭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통위 고위관계자의 바람대로 서둘러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을 듯 싶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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