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7월26일, ‘쿠바 혁명의 시작’인 몬카다병영 공격 기념식에 모인 중남미 대학생들에게 연설을 하면서 고민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페데르날레스/AP 연합
미 40년 적대관계속 ‘쿠바 민주화’ 프로젝트 가동
“후계자 라울 사회주의 포기 않을것” 새 긴장 예고
“후계자 라울 사회주의 포기 않을것” 새 긴장 예고
카스트로 없는 쿠바는 어디로 갈 것인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수술을 이유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일시적이나마 권력을 넘겨줌에 따라, ‘카스트로 이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라울 장관이 그동안 카스트로 의장의 후계자로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쿠바의 권력이동이 마침내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쿠바의 권력이동은 미국과 쿠바 사이에 또 다른 긴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은 이참에 ‘민주주의 확산’과 체제변화를 의미하는 ‘전환외교’라는 대외정책의 핵심을 쿠바를 향해서도 본격적으로 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자유쿠바위원회’를 꾸려, ‘쿠바의 민주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쿠바는 반세기 가까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0년간 쿠바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은 쿠바 출신 망명자들의 송금을 제한하고, 반카스트로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는 등 쿠바를 음으로 양으로 압박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자유쿠바위원회 창립 연설에서 “미국의 목표는 쿠바의 민주적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9월엔 칼레브 맥커리 전 공화당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간부를 ‘쿠바 전환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시엔엔>(CNN)이 최근 공개한 자유쿠바위원회의 한 보고서는, 쿠바가 민주적 전환을 결정하는 시점부터 2주간 ‘기술적 지원’을 집중하라고 부시 행정부에 권하고 있다. 민주적 선거를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고, 경찰과 판사들을 훈련시킬 교관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이런 지원의 성패는 180일 안에 판가름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쿠바 민주화에 해마다 2천만달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쿠바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8천만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쿠바를 향한 미국의 전환외교는 정치범 석방, 집회 및 시위 합법화, 언론 자유 등 포괄적인 민주화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다. 이른바 쿠바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립 피터슨 렉싱턴 연구소 연구원은 <시엔엔>에서 “카스트로의 후계자가 사회주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지를 결정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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