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로 ‘개혁정책’ 추진력 떨어져
공화당 지도부 당파적…타협도 쉽잖아
연말 ‘감세혜택’ 연장 싸고 첫격돌 할듯
공화당 지도부 당파적…타협도 쉽잖아
연말 ‘감세혜택’ 연장 싸고 첫격돌 할듯
미국 민주당이 하원을 큰 의석수 차이로 공화당에 내줌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고통스런 선택을 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선거 결과를 민심의 반영으로 보고 정책방향을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책방향에 대한 반대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고 보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현명한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 민주당 대통령의 예를 보면, 린든 존슨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가 오바마와 비슷했다. 1964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존슨 대통령은 이후 민권법과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하며 미국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야심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과 물가 앙등으로 중간선거에 패하면서 이후 개혁정책은 힘을 잃었고,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리다 무기력하게 재선에 실패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 상하 양원을 장악하는 대승을 거두며 출발한 뒤 의료보험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이후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타협을 시도하며 중도노선을 지향했고, 애초 구상했던 진보적인 정책은 빛이 바랬다. 그러나 1990년대 경기가 살아나면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대통령의 개혁정책이 더이상 추동력을 받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과 타협을 시도하는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전반적으로 ‘오른쪽으로 한걸음’ 옮겨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욕망보다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 더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클린턴만큼의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차기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현 공화당 지도부가 매우 당파적이라 서로 한걸음씩 양보하는 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으로 부상하면서 정치적 책임도 떠안게 돼 이전처럼 거친 공세만 일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구체적인 정책 분야에서는 새 의회 개원 전인 연말에 시한이 도래하는 감세혜택 연장이 첫 격돌 무대가 될 수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시행된 전계층 감세조처에 대해 공화당은 그대로 연장할 것을, 민주당은 가구소득 연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해선 연장하지 않을 것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또 경기부양을 위해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재정투입을 늘리려 하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강하게 반대한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가장 강조한 게 재정적자여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화당은 의료보험·금융 개혁의 ‘원상복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부분은 오바마의 아이콘과도 같아 민주당의 양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추가적인 개혁정책 추진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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