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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팔레스타인인 50여명 이스라엘 공습 ‘맨몸저항’

등록 2006-11-19 19:36수정 2006-11-19 19:45

18일(현지시각) 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 자발랴의 저항단체 간부 집에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경고한 이후, 이를 막으려고 달려온 이웃주민들이 모닥불을 켜고 불침번을 서고 있다. 자발랴/AFP 연합
18일(현지시각) 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 자발랴의 저항단체 간부 집에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경고한 이후, 이를 막으려고 달려온 이웃주민들이 모닥불을 켜고 불침번을 서고 있다. 자발랴/AFP 연합
이스라엘 공격 취소…이번이 처음
팔레스타인인들이 맨몸으로 이스라엘군 공습을 막아냈다. 국제 비난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자지구를 맹타하던 이스라엘군 공습이 ‘인간 방패’에 의해 저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랴에 사는 정치단체 ‘대중저항위원회’ 간부 웨일 보루드는 18일 저녁(현지시각) 전화를 받았다. 곧 공습이 가해질 테니 30분 안에 집을 비우라는 이스라엘 쪽의 최후통첩이었다. 이스라엘군은 그런 식으로 팔레스타인 정치·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무실이나 조직원들 집, 무기 은닉처로 의심되는 곳을 부숴왔다.

그러나 보루드는 도망치는 대신 근처 모스크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친척과 이웃 수백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인간 방패’를 자원했다. 50여명은 ‘쏠 테면 쏘라’며 보루드의 집 옥상에서 농성에 들어가고, 나머지도 집을 에워싸고 반이스라엘, 반미 구호를 외쳤다.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은 ‘인간 방패’들이 “굴복이 아니라 순교”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무장세력이 주민들을 동원했다고 비난하면서도 공습 취소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거기 사람들 때문에 공격 계획이 취소됐다”며 “우리는 무고한 사람들과 테러리스트들을 구분한다”고 말했다.

맨몸으로 미사일을 막겠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새 ‘전술’은 무차별 공격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속에서 나왔다. 8일에는 가자지구로 진격한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북부 베이트하눈에 마구 포격을 가해 잠자던 일가족 18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중단시킨다며 이달 들어 본격화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육상·공중 공격으로 9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군은 밤중에 “10분 안에 집을 떠나라”는 식의 전화 메시지를 보내고 헬리콥터로 주거지를 타격하는 작전을 즐겨 쓴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쪽은 7~8월 레바논 침공 때도 휴대전화와 집 전화 메시지로 레바논인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인간 방패’가 성공하자, 팔레스타인 쪽에서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에는 하마스의 요청에 따라 팔레스타인 여성 200여명이 하마스 전사들이 숨어든 모스크를 에워싸고 이스라엘군을 막았다. 하마스 조직원들은 여성 복장 등을 하고 무사히 모스크를 빠져나갔지만, ‘인간 방패’ 2명이 숨졌다.

한편, 17일 유엔총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모든 폭력행위를 즉각 끝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찬성 156, 반대 7, 기권 6으로 채택했다.


결의문은 베이트하눈 일가족 몰살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홀로 반대해 무산시킨 미국은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총회 결의가 나온 다음 날에도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부총리 겸 전략장관은 “모두 천국으로 가야 한다”며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비롯한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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