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체니 18일 이라크를 전격방문한 딕 체니(왼쪽) 미 부통령이 바그다드 북쪽 17㎞ 떨어진 타지에 있는 이라크군 기계화보병사단 기지에서 도열한 미군과 이라크군 병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2003년 침공 이후 처음이다. 바그다드/AFP 연합. 자료사진.
위기에 처한 중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과 회담을 갖고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비롯해 이란,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격변하는 최근 중동 문제에 관한 협력을 다짐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비롯한 중동문제를 의제로 삼아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이라크의 종파 간 유혈사태가 사실상 내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격화하고 있는 등 중동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 실패와 사우디 왕실의 미온한 결정에 대한 아랍국가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동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에 접어들자 미국으로선 중동지역 수니파에 큰 영향력이 있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에 `긴급 구조요청'을 한 셈이다.
특히 미국 정부로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이라크에서 미군과 시아파에 저항하는 수니파 무장세력을 사우디가 나서서 진정시키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어 이날 회담 뒤 사우디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라크와 900㎞에 이르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우디는 그간 여러 차례 미국에 이라크의 정세 불안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해왔다.
레바논 문제에 대해 사우디는 이날 미국이 지지하는 현 정부가 시리아와 이란과 연대한 세력에 전복되지 않도록 변함없는 미국의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레바논 내각을 주도하는 반 시리아 정파와 깊이 연결돼 있다.
사우디는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위기와 관련, 미국이 팔레스타인 내 무장세력인 하마스를 외면하는 태도를 바꿔 하마스와 파타당 사이의 대화로 성립될 어떤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라도 무시하면 안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고 한 관리가 전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저녁 만찬에 참석한 뒤 회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 없이 미국으로 바로 돌아갔다고 주사우디 미국 대사관이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요르단 암만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란이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이라크ㆍ시리아와 3자 정상회담은 애초 이날 열리기로 했으나 양국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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