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천만 농민을 도시 중산층화…충칭 빈부해소 ‘거대 개혁’

등록 2011-01-02 20:20수정 2011-01-04 11:40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① 충칭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국유기업 개발이익 쏟아
새 집과 각종 혜택 지원
내수경제 전환 ‘상징’으로

세계는 지난 수십년간 중국의 성장을 지켜보면서도 중국의 사회주의와 시장 결합 시스템은 결국 실패하거나 서구식으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을 적잖이 내놓았다. 2011년은 ‘성장에서 분배로’를 내건 중국이 그에 대한 대답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 거대한 도시화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충칭과 중국이 집어삼키고 있는 미국 뉴욕과 일본 홋카이도에서, 중국이 어디로 가는지 중국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물었다. 분명한 것은 세계가 중국 없인 살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중국 천하가 왔는가?

① 충칭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1천만명에 새집과 각종 혜택”
내수경제 전환 ‘상징’ 떠올라

중국 남서부 창강(양쯔강) 물줄기가 자링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중국 최대 도시 충칭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두 강 위로 깎아지른 듯 솟구친 암벽 위에 위태롭게 올라앉은 도심 지역은 고층빌딩 숲이 즐비한 ‘중국의 시카고’다. 하지만 도심에서 차로 두 시간만 벗어나면 산악과 밭에 둘러싸인 농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상하이까지 이어지는 창강 수운의 출발점인 충칭항 차오톈먼 부두 근처엔 1~2위안씩 받고 짐을 날라주는 ‘빵빵’이라 불리는 짐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온 농민공들이다. 아마 10년 뒤쯤이면 이런 풍경은 사라질 것이다. 충칭에선 지금 도시로 진입한 농민공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사회주의 얼굴을 한 세계 최대의 ‘도시화 실험’이 진행중이다.

한국의 80%에 달하는 면적에 3280만명의 인구, 그중 70%가 넘는 2330만명이 농민인 충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실험은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충칭은 ‘성장에서 분배로, 수출에서 내수로’의 전환을 내걸고 올해 시작하는 중국 12.5 경제계획의 상징이다.

‘충칭 실험’의 핵심은 농민들에게 도시호구(후커우)를 부여해 도시 주민과 똑같은 의료·교육·양로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도 정부가 지어 농민에게 공급한다. 충칭시는 지난 8월 앞으로 10년 동안 농민 1000만명에게 도시호구를 주는 호구개혁을 시작했다. 대신 농민들은 혜택을 받으면 3년 안에 농경지를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충칭시 산하 국유기업의 수익과 토지개발 이익 등으로 충당한다.

충칭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고문인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는 “‘충칭 모델’은 민생 개선을 통해 내수 중심 경제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국유기업 및 토지개발에서 나온 수익을 민생 개선에 활용하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사상의 장점을 결합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57%가 아직도 농민인 중국 현실에서 충칭의 개혁은 중국의 미래를 가늠할 열쇠인 셈이다.


야심만만한 실험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농민들은 도시호구를 받아도 중산층으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며, ‘최후의 보루’인 토지를 잃고 도시의 최하층으로 전락할까봐 불안해한다. 농민공 우웨이(27)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년에 1만위안도 못버는데, 나중에 농촌 땅이 도시로 개발되면 몇십만위안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도시호구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농민들이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돌아갈 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패를 던졌다. 중앙정부는 이미 공공임대주택과 국유기업 수익의 국가 배당 확대 등 충칭 모델을 전국에 확대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충칭을 필두로 한 개혁이 성공해 중국의 도시화가 60~70%까지 진행되면 중국은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2030년까지 4억의 중국인이 추가로 도시로 이동해 인구 100만 이상 중국 도시는 현재 43개에서 221개로 늘어날 것으로 매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는 예측한다. 외부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춘 중국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길’은 성공할 수 있을까? 빈부격차 해소 실험이 성공해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파워’로 등극할 수 있을까?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외교’가 계속 먹혀들 수 있을까?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지은이 마틴 자크는<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빈부격차 해소 문제를 12.5 경제계획에서처럼 단호하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며 “10년 뒤에는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돈이 흘러나오고, 동아시아 무역결제의 절반이 위안화로 이뤄지는 중국 중심의 경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후안강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도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민영기업, 국가와 시장이라는 두 손을 가진 ‘중국의 길’의 생명력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길’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찮다. 다카하라 아키오 일본 도쿄대 교수는 “중국 내부는 안정돼 있지 않으며, 중국의 장래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중국이 근대화에서 포스트근대화로 잘 이행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센터의 리처드 부시 소장은 “중국은 부패, 환경, 인권, 빈부격차 등 산적한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성장이 계속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인 현재 중국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충칭/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MB 지지율 50% 넘었는데 한나라당은 떨떠름
구제역 아닌 곳도 백신…예방효과 ‘미지수’
연세대, 영어캠프 안전사고 ‘모르쇠’
현금수송차 탈취용의자 잡고보니…
종편 4개는 무책임 극치…채널·광고 추가특혜땐 ‘월권’
갤럭시에스 “1000만대 돌파요~”
[윤태호 연재만화] 내부자들 9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