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중앙역 앞의 건물에 금호와 기아자동차 대형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유럽 곳곳에서 한국 기업의 홍보물과 제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유럽연합 50돌] ‘통합 용광로’ 현장을 가다 ⑤ 아직 낯선 제2수출시장
지난달 26일 유럽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한편에는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승합차가 전시돼 있고, 천정에는 엘지전자 휴대전화기 광고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한 프랑스 식당 주인은 먼저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삼성 휴대전화나 한국 전자제품이 무척 좋다”고 수다를 늘어놨다. 하지만 파리와 브뤼셀에서 택시를 타는 동안에 택시 기사는 “중국 사람입니까? 아니면 일본사람? 아, 한국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
‘유럽 속의 한국’은 과거보다는 훨씬 컸지만, 그렇다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 특별한 이미지 없어” 시장개척 어려움
EU 50년에서 동북아 지역협력 교훈 얻어야 한-유럽 FTA 상반기 개시=유럽연합은 중국에 이은 한국의 제2의 수출시장이다. 또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한국의 4번째 수입상대국이다. 지난해 한국은 유럽연합에 전년보다 11%가 늘어난 480여억달러(45조1천여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수입은 전년보다 10%가 늘어난 300여억달러어치였다. 평판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자동차 및 부품, 제조장비 등을 주로 수입했다. 유럽연합은 한국에 총 404억여달러(2006년 말 기준)를 투자한 제1위 투자국이다. 한국은 유럽연합에 같은 기간 137억여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의 제3위 투자 대상국이다. 경제관계는 교역과 투자를 넘어 과학기술 및 산업협력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 주도의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사업 ‘갈릴레오’ 프로젝트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현대종합상사 안용호 지사장은 “유럽권 시장이 보수적이어서 침투가 힘들었는데, 최근 2~3년 전부터는 분위기도 바뀌고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하면 기술을 떠올려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개시할 예정이다. 정우성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표부 대사는 “미국과 달리, 한국과 유럽연합은 농업의 민감성을 서로 이해하고 있어 협상이 시작되면 빨리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세계 최대 시장을 향한 우리의 수출이 크게 늘고 상호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낯선 한국=독일인 핸드릭 바서만은 “지도에서 보고 분단된 것은 알지만, 한국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는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 사는 한 교포는 “영어로 ‘South Korea’니까 한국이 무척 더운 줄 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스페인 여성은 ‘북한이 진짜 핵폭탄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표부 허철 공사는 “아시아 하면 중국과 일본을 떠올리고 한국은 따라가는 정도지 중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떨어진다”며 “우리도 유럽을 모르지만, 유럽은 한국을 더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도 다수 유럽연합인에게 낯선 나라이다. 그만큼 시장개척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의 유럽연합을 상대로 한 수출은 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2003년 2.73%에서 2004년 2.93%로 늘었다가 2005년 2.8%로 다시 줄어들었다.
삼성이나 엘지 등을 일본 기업으로 아는 이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니 중견기업이 진출하기는 더욱 어렵다. 코트라 파리무역관 최진계 관장은 “유럽연합이 동구권 투자를 늘리면서 물류 수송비나 인건비 등에서 훨씬 유리한 동구권과 경쟁해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며 “국가 이미지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통합, 동북아에 교훈=유럽연합의 50년은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정우성 대사는 “유럽과 동북아 지역은 기본조건과 환경이 다르지만, 유럽이 공동체 구축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달성한 것은 갈등과 반목의 역사로 얼룩진 동북아에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얀 테하우 독일 알프레트 오펜하임 유럽연구센터 연구원은 “유럽연합 초기에, 과거 세 차례 전쟁을 치른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처럼 협력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 한반도나 동북아 지역협력도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작은 나라가 유럽연합의 통합과정에서 평화체제 구축의 다리역할을 한 점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자리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대사는 “정치적 통합이라는 큰 꿈이 있으면서도, 이를 당장에 실현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천천히 쉬운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해 나간 것은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해서 독일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헌신적으로 통합을 주도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유럽의 경제사회 모델은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가 많이 본받을 만하다.<끝>
파리·브뤼셀·베를린/글·사진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U 50년에서 동북아 지역협력 교훈 얻어야 한-유럽 FTA 상반기 개시=유럽연합은 중국에 이은 한국의 제2의 수출시장이다. 또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한국의 4번째 수입상대국이다. 지난해 한국은 유럽연합에 전년보다 11%가 늘어난 480여억달러(45조1천여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수입은 전년보다 10%가 늘어난 300여억달러어치였다. 평판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자동차 및 부품, 제조장비 등을 주로 수입했다. 유럽연합은 한국에 총 404억여달러(2006년 말 기준)를 투자한 제1위 투자국이다. 한국은 유럽연합에 같은 기간 137억여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의 제3위 투자 대상국이다. 경제관계는 교역과 투자를 넘어 과학기술 및 산업협력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 주도의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사업 ‘갈릴레오’ 프로젝트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현대종합상사 안용호 지사장은 “유럽권 시장이 보수적이어서 침투가 힘들었는데, 최근 2~3년 전부터는 분위기도 바뀌고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하면 기술을 떠올려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개시할 예정이다. 정우성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표부 대사는 “미국과 달리, 한국과 유럽연합은 농업의 민감성을 서로 이해하고 있어 협상이 시작되면 빨리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세계 최대 시장을 향한 우리의 수출이 크게 늘고 상호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낯선 한국=독일인 핸드릭 바서만은 “지도에서 보고 분단된 것은 알지만, 한국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는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 사는 한 교포는 “영어로 ‘South Korea’니까 한국이 무척 더운 줄 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만난 한 스페인 여성은 ‘북한이 진짜 핵폭탄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주 벨기에·유럽연합 대표부 허철 공사는 “아시아 하면 중국과 일본을 떠올리고 한국은 따라가는 정도지 중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떨어진다”며 “우리도 유럽을 모르지만, 유럽은 한국을 더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도 다수 유럽연합인에게 낯선 나라이다. 그만큼 시장개척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의 유럽연합을 상대로 한 수출은 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2003년 2.73%에서 2004년 2.93%로 늘었다가 2005년 2.8%로 다시 줄어들었다.
삼성이나 엘지 등을 일본 기업으로 아는 이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니 중견기업이 진출하기는 더욱 어렵다. 코트라 파리무역관 최진계 관장은 “유럽연합이 동구권 투자를 늘리면서 물류 수송비나 인건비 등에서 훨씬 유리한 동구권과 경쟁해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며 “국가 이미지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도별 한국-유럽연하바 교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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