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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나를 인정할 사람, 선택하기

등록 2016-07-24 17:41수정 2016-07-24 19:16

김민예숙
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학교 교수

에이브러햄 매슬로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욕구를 조사하여 욕구의 위계를 만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은 생존의 욕구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물리적/심리적 안전의 욕구를 느끼고, 그다음에 사랑의 욕구, 인정의 욕구를 느끼고, 이전의 욕구들이 충족되면 사람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느낀다는 것이다. 생존과 안전 욕구는 다수가, 자아실현의 욕구는 상대적으로 소수가 실현하고 있어 욕구의 충족은 삼각형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대인관계 속에서 일반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사랑의 욕구와 인정의 욕구이다.

상담자로서 상담을 하면서도 사랑의 욕구와 인정의 욕구를 가장 많이 다루게 된다. 주로 여성내담자들을 만나는 필자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내담자들을 만나곤 한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하지 않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태어나 대체로 사랑과 인정의 일차적 대상이 되지 못하며 살아온 여성이, 과거에 인정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이제라도 충족시키려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느냐는 것이다.

상담자로서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이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이 인정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인가?’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것을 묻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그 누군가가 딸에게 무관심한 아버지라면? 만일 그 누군가가 아내를 구타하는 배우자라면? 만일 그 누군가가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기를 바라는 애인이라면? 만일 그 누군가가 여학생은 결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라면? 만일 그 누군가가 여성은 직장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상사라면? 만일 그 누군가가 ‘여자답게’ 행동하기를 바라며 여성의 잠재력 실현을 제한시키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 여성의 인정 욕구는 온전하게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이 인정받고자 하는 대상-인정권위자라고 불러보자-이 자신이 진심으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까이 있기에 인정권위자가 된 사람이 자신의 삶도 성숙하게 살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인정받으려고 많은 노력을 해도 결코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렵사리 인정을 받게 된다 해도 상대의 기준에 맞추려고 자신을 억압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정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자아실현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정권위자 자격이 없는 사람의 인정을 추구할 때는 인간관계에 의한 욕구를 온전하게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노력을 하기 어려워 삶을 낭비한다는 느낌을 느끼기 쉽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내용으로 인정 욕구를 질 높게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인정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만 가능해진다. 인정받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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