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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사회변혁과 성평등 마음의 집

등록 2017-06-11 20:24수정 2017-06-11 20:42

김민예숙
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 교수

세계사에서 사회적 변혁의 기회를 맞을 때, 성차별 이슈는 의제에 들어가지 않아 여성들이 별도로 노력하여 변화를 가져오곤 했다.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사회적 변혁을 가져온 사건은 왕과 귀족의 특권에 시민이 맞선 1789년의 프랑스혁명이다. 그러나 휴머니즘 사상으로 함께 투쟁한 여성은 평등의 가치 향유에서 배제되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페미니즘 사상을 만들고 교육·노동·재산에서 평등한 권리를 위한 1차 여성운동을 시작하였다. 그것은 참정권운동으로 발전했고, 프랑스혁명의 영향을 받은 자매들은 참정권을 획득하며 제도를 변화시켰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큰 변혁은 1960년대에 시작된 서구의 민권운동과 학생운동으로 촉발되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사회의 불의와 위선에 대한 큰 저항이 일어나며 흑인차별, 베트남전쟁, 권위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저항운동 속에서 여성들은 제2의 성으로 여겨졌고 성차별에 대한 비판은 무시되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성차별을 극복하려는 2차 여성운동을 시작하였고, 성불평등을 연구하는 학문인 여성학과 여성주의 관점에서 상담하는 여성주의상담을 탄생시킨다. 1960년대의 자매들은 여성운동과 학문과 상담을 통해 페미니즘을 실현하려고 했다.

그리고 2017년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촛불시민들의 요구로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여러 가지 사회 개혁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 개혁 속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무엇을 획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간다.

새 대통령은 보훈처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외교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에 여성을 내정했다. 고위공직자의 30%로 시작하여 후에 여성이 50%에 이르게 하겠다고 공약을 하였다. 유능한 여성들이 국가를 위하여 일할 기회를 가지며, 고위직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역할 모델로 국민에게 제시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여성 장관 후보에게 학생에게처럼 역할극을 시켰다. 유능한 여성을 대할 줄 모르는 것을 보여주었다. 갈 길이 멀다.

나는 현시점에서 여성들이 획득해야 하는 것은 정책결정직 진출과 일상생활에서의 성평등이라고 생각한다. 고위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여성들의 일상적 삶의 질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의 성평등을 수행하려면, 모든 국민이 인생 초기부터 그런 마음의 집을 지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현재 행해지는 차별 시정교육은 주로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 지어진 성차별 마음의 집에서 창문 하나 바꾸는 것처럼 효과가 작다. 그리고 차별 예방교육은 주로 특강의 방식으로 형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여성의 삶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폭력처럼 쉽게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라 성역할 고정관념,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 등 드러나지 않게 작용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성평등 마음의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을 지을 재료의 주공급원은 교육이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서로 연계된 교과목을 통해 다양한 존재들과 서로 존중하며,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촛불시민들이 성평등을 개혁의 의제로 삼는다면 좋지만, 아니라면 촛불자매들끼리 뭉쳐 그런 요구를 해야 한다. 사회적 변혁이 성계급의 해소를 포함하려 하지 않은 역사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 성평등이 포함되어야 사회적 변혁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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