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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공감능력과 육아정책

등록 2017-04-30 19:13수정 2017-04-30 19:30

김민예숙
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 교수

‘공감’은 상담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인간중심치료라는 상담이론을 만들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1940년대에 미국에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충고’였는데, 로저스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관찰하였고 새 통찰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하고 있는 아동의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화가 끝난 뒤 나가던 어머니가 되돌아와 “나의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뜻밖의 요청이었으나 로저스는 경청하며 그녀를 어머니가 아닌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되고 어머니로서의 어려움도 해결해가게 되었다. 그 경험으로 로저스는 이해와 공감을 하면, 사람은 방어를 풀고 스스로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이처럼 공감능력은 사람이 변화하는 데 중요하기에 성장을 조력하는 상담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반응해주는 것이기에, 인간관계를 잘하려는 사람들도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다.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문제해결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라고 할 것이다.

공감하려면 타인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내 감정처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줄 알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먼저 보낸 부모들의 감정을 공감한다는 것은 상황을 이해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혀 부모처럼 그 감정을 내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없다. 공감을 못할 때 세월호 진상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분 옆에서 폭식 등의 비인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공감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아이는 태어나서 얼마 동안 주양육자와 하나인 듯이 공생하는데, 여성심리학자 낸시 초도로는 공감은 양육방식에 의해 영향받는다고 설명한다. 여성인 어머니가 주양육자로 육아를 하는 현 양육관습에서 아이는 어머니와 하나처럼 경험한다. 아이는 유아로서 하나같았던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어 자아를 형성해야 개체로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주양육자가 여성이어서 남아와 여아의 자아발달 과정은 다르다. 남아는 성이 다른 어머니와 구별하며 타인을 멀리 두는 자아를 만든다. 여아는 성이 같은 어머니와 덜 구별하며 타인을 멀리 두지 않는 자아를 만든다. 그래서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공감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성별에 따른 공감능력의 차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초도로는 남녀가 같이 참여하는 양육을 제시한다.

대선 후보들은 육아정책으로 ‘아빠휴직보너스제’, ‘배우자 출산휴가의 유급휴일 증가’, ‘부부 출산휴가 의무제’, ‘부부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부부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 이유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나는 남녀 모두의 공감능력 향상에 기여하여 평화로운 사회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양육의 평등을 가져와 양육과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줄여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훌륭한 효과를 가져오는 일이기에 아빠육아휴직 사용 시 발생하는 승진에서의 차별 같은 불이익을 없앨 뿐만 아니라 승진 등에 가산점을 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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