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총선 압승 못거두면 ‘실패’
손학규, 70석 넘기면 ‘절반의 성공’
이회창, 교섭단체 구성할지가 초점
손학규, 70석 넘기면 ‘절반의 성공’
이회창, 교섭단체 구성할지가 초점
운명의 여신은 가끔 짓궂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이회창 자유신당 발기인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시기도 92~96년까지로 비슷하다. 정치적 동지까지는 아니지만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판 붙은 세 사람이 오는 4월9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시 격돌한다. 세 정당의 ‘간판’으로 나서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투표를 하게 된다.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한 사람들이다. 민자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3·24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전국구 공천을 주었다. 93년 4·23 광명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대표를 정치무대에 등장시켰다. 96년 4·11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이회창 전 총재에게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을 맡겼다. 손학규·이회창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을 극진히 모셨다. 11일에는 팔순잔치에도 참석했다.
둘째, ‘새로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눈부시게 질주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전문가 이미지로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손학규 대표는 참신함을 무기로 당 대변인,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를 지냈다. 이회창 전 총재는 ‘대쪽’ 이미지로 두 차례나 한나라당 후보직을 거머쥐었다.
셋째, 정치를 하면서 영광 못지않게 상처도 많이 입었다. 이명박 당선인은 ‘비비케이’ 사건과 위장전입, 위장취업으로 체면을 구겼다. 손학규 대표는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은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회창 전 총재는 ‘차떼기’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재격돌을 앞둔 지금은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들의 생각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속한 정당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 살리기’를 구호로 4·9 선거에서 압승을 노리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안정 의석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논리다. 단순한 만큼 힘이 있다. 그의 정체성은 ‘탈이념’, ‘합리적 보수’로 정리되어 가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몰락의 위기에 처한 대통합민주신당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새로운 진보’, ‘쇄신’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단순히 견제세력을 달라고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책 야당,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신당은 4·9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득표율 15.1%, 충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기반 때문이다. 그는 ‘신보수주의’를 기치로 걸었다. “보수의 끊임없는 개혁을 위해 경쟁하고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맡겠다는 것이다. 세 정치인은 4·9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평가를 받게 된다. 299석 중에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정도를 빼고 벌이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탓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다른 두 사람의 실패다. 두 사람의 성공은 나머지 한 사람의 몰락이다. 비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당선인이 확실히 유리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과반이 아니라 200석을 넘길 기세다. 그러나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평가의 잣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 실패다. 손학규 대표는 70석만 넘겨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성공이다. 운명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손학규 대표는 몰락의 위기에 처한 대통합민주신당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새로운 진보’, ‘쇄신’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단순히 견제세력을 달라고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책 야당,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신당은 4·9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득표율 15.1%, 충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기반 때문이다. 그는 ‘신보수주의’를 기치로 걸었다. “보수의 끊임없는 개혁을 위해 경쟁하고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맡겠다는 것이다. 세 정치인은 4·9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평가를 받게 된다. 299석 중에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정도를 빼고 벌이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탓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다른 두 사람의 실패다. 두 사람의 성공은 나머지 한 사람의 몰락이다. 비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당선인이 확실히 유리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과반이 아니라 200석을 넘길 기세다. 그러나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평가의 잣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 실패다. 손학규 대표는 70석만 넘겨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성공이다. 운명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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