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차별화와 탈당이 해법 될 수는 없어”
“차별화와 탈당이 해법 될 수는 없어”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을 빌려 ‘우리 모두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편지를 청와대 브리핑과 우리당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을 요약한 것.
"대통령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 대통령의 직분이 무엇이고 그 책임과 무게가 얼마만한 것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상황도 분명하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 아무런 정책적 대안도 없고 대화나 타협도 거부하고, 국회 절차도 거부하니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 이후 1년여 동안 중요한 법안의 대부분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어려웠다. 차라리 국회에서 부결되면 그에 맞추어 국정을 수행할 것이다. 찬성도 반대도 없이 결론을 내주지 않으니 손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예산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특별히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일의 예산을 다 깎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혁신관련 예산은 모두 깎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발목이 잡힌다. 여야에서 모두 관리내각, 중립내각, 거국내각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무성하다. 그러나 어느 것도 여야간의 합의가 없는 한 실행이 불가능한 제안들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런 저런 제안만 해놓고 의논해보자고 하면 거부한다.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참으로 어렵다. 가끔 여당도 야당과 같은 주장을 할 때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국정표류 원인은 지역구도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 정치구도" = 역대 정부 후반기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치공세와 여당의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국정이 어려웠다. 이 문제는 단지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소야대, 그것도 지역구도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정치구도가 그 원인이다.
정책보다 지역간의 정치적 대립과 불신에 바탕한 지역구도는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하고, 규칙과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정치를 낳는다. 한국에서 '대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정에 관한 권한은 대통령과 국회가 나눠 갖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간, 여야간에 대화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국정이 표류하고 마비된다. 뿌리깊은 집권 대 비집권의 이분법적 구도로 여야가 갈라지고, 대립과 불신의 지역구도를 통해 대결 정치가 구조화되어 있다. 지난해 연정을 제안했던 것은 야당과의 협력과 타협을 통해 국정의 교착상태를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연정은 불가능한 상태이고, 다시 제안할 수도 없지만 연합정치는 한국정치의 발전과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언젠가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이다. 과거 독재정권이나 제왕적 대통령제처럼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와 상황이 아니라면 여야의 협력을 통해 국정의 교착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연정도 거부하고, 여·야·정 정치협상 같은 대화와 타협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표결을 통해 결론을 내주지도 않는 상황이 되풀이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통령에게만 혼자 책임을 다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차별화와 탈당은 해답이 될 수 없다" = 제가 당적 문제를 얘기한 것은 임기 말에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전략과 탈당 압박 속에서 당적을 포기한 역대 세 분 대통령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놓은 것이다. 이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당원 여러분 모두 책임을 다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은 어려움에 처하자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러한 차별화와 정부-여당의 균열은 당의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 국정 지지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권의 분열과 대통령의 고립으로 인해 책임정치가 실종되고, 국정통제시스템이 와해되어 외환위기와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어려움을 낳는 한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당정분리 원칙을 세우고 당무에 개입하거나 여당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과거처럼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권력투쟁이 발생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당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국정과 당의 어려움을 성찰하고 책임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영남당도, 호남당도 지역당은 안된다" = 우리당의 정책적·역사적·법적 정체성을 유지·변화·발전시켜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 논의는 어떤 가치와 정체성을 지향하는지, 참여하는 새로운 세력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른 바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세력이 새롭게 참여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다.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 남북화해협력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지역주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의 결단을 통해 만든 정당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했던 우리당이 다시 지역구도에 기대려 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등을 통해 완화되고 있는 지역구도가 내년 대선과 맞물려 강화되고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물론 정당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당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당 지도력 훼손, 조직윤리 실종 바로잡아야" = 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은 그 형태가 어떠하든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 잡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게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 (서울=연합뉴스)
그런데 야당은 연정도 거부하고, 여·야·정 정치협상 같은 대화와 타협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표결을 통해 결론을 내주지도 않는 상황이 되풀이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통령에게만 혼자 책임을 다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차별화와 탈당은 해답이 될 수 없다" = 제가 당적 문제를 얘기한 것은 임기 말에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전략과 탈당 압박 속에서 당적을 포기한 역대 세 분 대통령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놓은 것이다. 이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당원 여러분 모두 책임을 다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은 어려움에 처하자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러한 차별화와 정부-여당의 균열은 당의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 국정 지지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권의 분열과 대통령의 고립으로 인해 책임정치가 실종되고, 국정통제시스템이 와해되어 외환위기와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어려움을 낳는 한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당정분리 원칙을 세우고 당무에 개입하거나 여당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과거처럼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권력투쟁이 발생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당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국정과 당의 어려움을 성찰하고 책임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영남당도, 호남당도 지역당은 안된다" = 우리당의 정책적·역사적·법적 정체성을 유지·변화·발전시켜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 논의는 어떤 가치와 정체성을 지향하는지, 참여하는 새로운 세력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른 바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세력이 새롭게 참여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다.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 남북화해협력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지역주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희생의 결단을 통해 만든 정당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했던 우리당이 다시 지역구도에 기대려 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등을 통해 완화되고 있는 지역구도가 내년 대선과 맞물려 강화되고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물론 정당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당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당 지도력 훼손, 조직윤리 실종 바로잡아야" = 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은 그 형태가 어떠하든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 잡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게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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