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재정문제 언급하기엔 부담 커
주택공급·한-미 FTA 등 ‘각론’ 은 일정대로 추진
주택공급·한-미 FTA 등 ‘각론’ 은 일정대로 추진
18일 새해연설을 통해 중장기적 현안에 대한 구상의 대강을 드러낸 노무현 대통령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자신의 구상을 몰아붙이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태도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오는 2월25일 대통령 취임 3돌에 맞출 것으로 알려졌던 양극화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미래구상은 대통령이 많은 계기에 언급했고 신년연설을 계기로 큰 방향이 제시됐다고 본다”며 “방법, 해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좀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청와대 정책쪽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5월 지방선거 이후에 본격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재정문제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꺼내기에는 정치적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론’에 해당하는 재정문제는 한박자 늦췄지만, ‘각론’에서는 청와대가 단단히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은, 서울 송파새도시 200만평에 5만가구 정도를 공급하는 등 매년 수도권에 3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와 내년에 각각 11만 가구씩의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고 2008∼2012년 50만 가구를 짓는 등 모두 100여만 가구(2003∼2012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조율이 되는대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일단 큰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가 지난 13일 타협됨으로써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문제가 여전히 장애물로 남아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현행 146일로 돼있는 한국영화 상영의무일수를 절반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영화계의 반발을 우려해 아직 공식화하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도 정부는 올 4월부터는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의료 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정부는 현재 인천·광양·부산 등 3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특별자치도에 한해 제한적으로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기로 했다. 영리법인 허용은 외국자본이 병원에서 얻은 수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외국자본 유치의 전제조건이다. 이에 따라, 인천 자유구역에는 미국계 병원의 투자가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아직까진 중장기 과제 검토사항으로 남겨둔 상태다.
‘교육 개방’ 문제는 현재 인천 송도지역에 송도국제학교 등이 본격적인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상하이 영국국제학교도 국내 상륙을 준비중이다.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움직임도 활발해, 4개 대학이 외국대학에서 졸업학점의 2분의 1을 취득하면 외국대학 학위도 수여하는 복수학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의겸 권태호 허미경 기자 kyummy@hani.co.kr
김의겸 권태호 허미경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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