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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의미있는 전조” - 미 “민간교류일 뿐”

등록 2008-02-27 20:14수정 2008-02-28 02:08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로린 마젤(맨 앞 오른쪽)과 단원들이 27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천공항/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로린 마젤(맨 앞 오른쪽)과 단원들이 27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천공항/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뉴욕필 평양공연, 북-미 시각차
북, 핵 미해결 상태서 관계정상화 노린듯
미 “관계진전은 핵과 연계” 경계감 표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국가전략에서도 그렇고 북한 대외정책의 최우선 목표다. 북한은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뉴욕필)의 평양공연에서 그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성공했다. 그에 비하면 미 행정부의 평가는 냉담하다. 핵 문제와 관계정상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시각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인데, 북한이 관계정상화를 부각시켰다면, 미국은 북핵 해결 없는 관계정상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욕필의 평양공연을 결산한다면 이번 공연만을 놓고 북한의 변화를 얘기하거나 북-미간 해빙무드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굳이 말한다면 미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 케이 석 연구원의 26일(이하 미국시각) <워싱턴포스트> 칼럼 처럼 북한의 변화는 뉴욕필 공연 이전에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은 이번 공연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음악 영역 밖에선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공연이 추진되던 지난 해와 뚜렷한 돌파구를 못찾고 있는 북핵 문제의 오늘 간에 존재하는 괴리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공연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이뤄진 북핵 외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7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가 공연이 있던 26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 리근 미국 국장 등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마무리하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쪽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페리 전 장관등이 김 부상 이상의 인사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미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또 라이스 장관의 중국 방문이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일사분란하게 공식매체들은 물론이고 평양 주민들을 적극 내세워 ‘공연’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강능수 북 문화상은 <워싱턴포스트>에 “뉴욕필의 평양 방문이 우리에게 (보다 좋은 관계를 위한) 의미 있는 전조를 제공했다”면서 “미국이 정식 초청하면 북 오케스트라 답방 공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북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적극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등 주민들의 내부 교육용으로도 훌륭한 교재가 된 측면도 있다.

남쪽 언론은 물론이고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개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호의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반세기에 걸친 북한과 미국 간의 문화적 단절의 해빙을 알리는 첫 신호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의도했든 아니든 이런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러브콜’은 북핵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미국 내부의 비판을 무디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미 정부의 반응엔 경계감이 배여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 “(미 정부와 별개로 이뤄진)민간 차원의 중요한 문화교류이며. 우리는 이를 지지하며 앞으로도 비슷한 종류의 활동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토를 달았다. “북미간의 관계 발전은 핵 문제의 진전과 깊이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좀 더 직설적이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은 결국 이것(뉴욕필 공연)은 공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뉴욕필의 공연이 북한 정권의 행태를 반드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에 비하면 일본 언론의 평가는 아주 부정적이다. 납치문제로 악화돼 있는 일본 내 분위기 탓으로 보인다.<아사히신문>은 ‘비핵화 지연, 유화 속도잃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비핵화가 진척되지 않으면 미-북 교류의 기운도 시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극적 해빙 기대어긋나’라는 기사에서 “이번 공연을 통해 북-미 관계의 극적 해빙을 연출하려고 했던 북한의 노림수는 빗나갔다고 주장했다.


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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