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철책 사이의 거리가 700m로 가장 가까운 강원 양구와 인제 사이 가칠봉에서 바라본 남방한계선.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 위성사진 분석 결과
992㎢에서 570㎢로 좁아져
남북 철책간 700m 불과한 곳도
992㎢에서 570㎢로 좁아져
남북 철책간 700m 불과한 곳도
비무장지대(DMZ)가 지난 60년 간 43%나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녹색연합은 24일 서울 혜화동 녹색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의 경계인 남·북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을 서로 군사분계선 가까이 밀어내, 양쪽 철책 사이의 평균 너비가 2.3㎞로 좁아지면서 애초 992㎢였던 비무장지대 면적이 570㎢로 줄어든 것을 현장 조사와 위성사진 분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길이 248㎞의 군사분계선에 4㎞ 너비로 설정됐다. 정전 이후 남북한의 경쟁적인 비무장지대 침범으로 비무장지대가 축소됐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축소된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녹색연합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동서 248㎞ 길이의 비무장지대 양쪽에 남북한이 설치한 철책 사이의 너비가 정전협정에 규정된 4㎞를 유지하고 있는 구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서부전선에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일대 임진강을 사이에 둔 남북 양쪽 철책 사이의 거리는 1860m에 불과하고, 파주군 군내면 방목리 백학산 일대 남북한 철책 사이의 거리는 1980m가 채 안된다.
남북한 철책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 대표적인 곳은 중동부전선인 강원도 양구군 지역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2㎞ 미만이다. 가장 가까운 강원도 양구와 인제 사이 가칠봉에 있는 남북한 철책사이의 거리는 700m에 지나지 않는다.
녹색연합이 관련 자료와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파악한 것을 보면, 비무장지대 축소는 1965년 북한이 군사분계선 북방 2㎞에 있던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 쪽으로 평균 500~700m 가량 가까이 붙이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남한에서도 남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을 북쪽으로 밀어올렸다.
녹색연합은 “남북한이 서로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쉬운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씩 밀고 들어갔던 것”이라며 “군사분계선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남북한이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비무장지대는 1986년 북한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새로운 철책을 비무장지대 전역에 걸쳐 군사분계선에 더 붙여서 설치하고, 이에 맞서 남한이 일부 철책을 북쪽으로 더 전진시키면서 다시한번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비무장지대는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인 동시에 한반도의 주요한 생태축으로 기능해왔기 때문에, 비무장지대가 좁아졌다는 것은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 뿐 아니라 한반도 생태축의 훼손 위험도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의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이 이미 훼손된 비무장지대를 조금이라도 더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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