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짜리 가설 건축물 서울시가 짓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의 내부 모습.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상 학교터에 건축을 강행하고서, 42억원이나 든 철골구조 건물을 ‘가설 건축물’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관 안에는 코트 3면이 조성돼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시 42억 들인 ‘잠원동 테니스장’
용도변경 절차 무시한채 ‘가건물’ 편법 신고
용도변경 절차 무시한채 ‘가건물’ 편법 신고
이명박 서울시장이 ‘황제 테니스’ 주선자들의 로비로 고급 실내 테니스장 건립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시가 법 절차도 무시한 채 일부 테니스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서울시와 서초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초구 잠원동에 만드는 실내 테니스장은 도시계획시설상 학교용지로 지정된 곳에 무단으로 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용지로 정해진 땅에 학교 이외의 다른 건축물을 지으려면 우선 학교용지를 해지하는 ‘도시계획시설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학교 터에 테니스장 건축을 강행하고자 처음부터 ‘가설 건축물’로 신고하는 편법을 썼다. 2004년 8월 ‘시장 방침’으로 정해져 이 시장의 결재를 받은 ‘실내 테니스장 건립계획’을 보면, 시는 처음부터 잠원동 테니스장을 ‘가설 건축물’로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실내 테니스장은 서울시 예산을 42억원이나 들인 철골 구조물이다.
가설 건축물은 법적으로 정식 건물이 아닌 임시 건물이기 때문에 3년 이상 둘 수 없다. 학교용지를 해지하려면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구청 쪽에서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에 해지를 요구하는 안을 올려야 한다. 통상 이런 절차를 다 밟으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테니스장 건립계획에 대해 서울시나 서초구로부터 한 번도 질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잠원동 일대가 아파트지구 개발계획이 진행 중이어서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므로 학교용지 해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2004년 테니스장 주변지역에 대해 서울시가 세운 ‘반포아파트 개발 기본계획’에서도 여전히 이곳을 중학교 용지로 잡아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는 오래전부터 이 땅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으나 시교육청이 “학생수 증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학교용지를 해제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가설 건축물’이란 편법까지 동원해 테니스장 건축을 강행한 것이다.
이처럼 시가 무리한 건축을 서두른 것은 이 시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를 주선했던 서울시테니스협회 전직 고위간부는 “테니스장을 지어달라고 이 시장에게 요구해 성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장과 함께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던 전 국가대표선수 ㅇ아무개씨도 시 자문위원 자격으로 지난해 도봉구 창동 테니스장 건립 과정에 간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ㅇ씨는 “국제규격 등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도 가서 견학조사를 벌이고, 어떻게 짓는 게 좋은지 조언을 했을뿐”이라며 “내가 특정업체를 민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해당 업체가 탈락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조기원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조기원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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