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황제 테니스’ 어떻게 쳤길래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 남산 실내 테니스장에서 3년 가까이 즐긴 ‘황제 테니스’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일단 이 시장을 대신해 해명에 나선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 시장이 2003년 3월부터 2005년 12월 말까지 모두 51차례 (남산 실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다”고 밝혔다. 한 달에 1~2번 꼴로 남산을 찾은 셈이다.
실내테니스장 쪽과 이 시장의 테니스를 주선한 서울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시장은 통상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비서실을 통해 자신의 주말 테니스 일정을 통보했다. 남산테니스장의 주말 이용은 이미 서울시테니스협회에 의해 독점 계약된 상태여서, 이 시장이 다른 사용자 때문에 이용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의 통보를 받은 협회 관계자들은 이 시장의 경기 상대 물색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일정을 관리했던 시체육회 고위간부 ㅇ씨와 ㅅ씨는 “비서실에서 연락이 오면, 많을 땐 6~8명 정도로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 시장 개인의 취미 생활을 위해 비서실과 시 체육회 등 공적 조직이, 일반인은 돈을 내고도 ‘한 수’ 배우기 힘든 선수 출신들을 동원한 것이다.
지금까지 취재진이 파악한 이 시장의 경기 상대로는, ㄱ·ㅇ씨 등 대학교수도 일부 있었으나 상당수는 국가대표 출신 등 전·현직 유명 선수·감독들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ㅇ씨와 실업 테니스팀 감독 ㅅ씨를 비롯해 ㅇ씨, ㅊ씨, ㄱ씨 등 테니스 선수나 코치 10여명은 이 시장의 ‘테니스 여가’를 위해 비교적 자주 나섰다.
이 시장의 경기 상대들은 “아마추어로선 실력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직 선수는 “선수 출신들을 이길 정도는 아니지만, 서너 게임 쳐봐도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단 훨씬 잘 쳤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선수는 “1년 정도 같이 쳐 봤는데, 그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아무래도 잘 치는 사람들하고 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나면 이들은 남산의 한 설렁탕집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ㅈ씨는 “이 시장도 바쁘다 보니 자주는 먹지 못했다”며 “이 시장이 술을 잘 못해서 맥주 한두 잔 정도만 마셨고, 밥 먹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주로 자신이 현대그룹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ㅈ씨는 “예전에 힘들었는데 어떻게 헤쳐왔다는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면모가 보여,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의외로 재미있어 했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서울시청옆 한 고깃집에서 만나 송년회를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의 테니스 경기 상대로 ‘불려 나갔던’ 이들은 대부분 “체육회나 협회 고위간부가 불러서 갔다”거나 “이 시장이 가고 나면 평소엔 만나기 힘든 선·후배들과 오랜만에 운동을 할 수 있어서 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테니스계 관계자는 “테니스 치는 사람들은 유명 선수와 함께 공을 쳐 보는 게 꿈”이라며 “시장이 일반인들은 잘 볼 수 없는 선수 출신들을 불러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 건 이 시장도, 선수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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