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자문위원들의 정책 건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노대통령 ‘평통발언’ 의미 짚어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통 자문회의에서 쏟아낸 격정적 발언이 정치권 재편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정면으로 노 대통령을 반박했고, 열린우리당 내에선 집단 탈당론이 물 위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후폭풍을 예견하고 발언을 한 것인까. 그의 정치적 목표는 무엇일까.
지역회귀 정계개편 우려…통합신당 한 축 고건 비판
정운찬·박원순 수혈도 염두…정권재창출 주도뜻 밝힌듯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기 위해 고건 총리를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지, 고 전 총리의 역량이나 인품, 정책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밖의 노 대통령 핵심 측근인사도 “대통령이 고 전 총리를 공격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간접화법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라며 ‘의도된 공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들은 별로 없다. 노 대통령 발언이 준비된 것이라는 정황은 충분하다. 그는 민주평통 자문회의에 앞서 참모들이 올린 말씀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메모하며 정리했다고 한다. 연설은 애초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70분간 자신이 준비한 말을 다 했다. 청와대 해명처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집권 초기 구상이 실패했다”는 점을 설명할 의도였다고 해도, 굳이 고건 전 총리 이름을 거명하며 ‘실패한 인사’로 규정한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그의 일련의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이나 당원 편지 등을 통해 “통합신당은 지역당 회귀”라고 반대해 왔다. 통합신당론의 한 축인 고건 전 총리를 ‘사회적, 이념적 분열을 치유하는 매개자 역할에 실패한 인물’로 규정한 것은 지역주의 회귀 방식의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여권의 대안이 고건 전 총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얘기를 토로한 것이다. 고건 쪽으로 가려는 열린우리당 내 세력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 등 정치권 바깥의 인물이 차기 대선에서 여권의 대안으로 떠오를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고건을 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는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고건 전 총리 등이 정치권 내부 인사만의 경쟁을 통해 범여권 후보가 되려고 할 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노 대통령 발언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의 속마음을 표현한 게 분명한 만큼, 그는 앞으로 여권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정책 관련 부서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차기 정권 창출을 자기가 주도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자기만의 독선적인 논리에다 당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누구보다 정권 재창출이 갖는 정치적·역사적·개인적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현재 사정이 다급하다고 민주당, 고건 전 총리와 신당을 만들면 과연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는가, 어렵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키면 좀더 명분 있는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정운찬·박원순 수혈도 염두…정권재창출 주도뜻 밝힌듯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기 위해 고건 총리를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지, 고 전 총리의 역량이나 인품, 정책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밖의 노 대통령 핵심 측근인사도 “대통령이 고 전 총리를 공격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간접화법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라며 ‘의도된 공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들은 별로 없다. 노 대통령 발언이 준비된 것이라는 정황은 충분하다. 그는 민주평통 자문회의에 앞서 참모들이 올린 말씀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메모하며 정리했다고 한다. 연설은 애초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70분간 자신이 준비한 말을 다 했다. 청와대 해명처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집권 초기 구상이 실패했다”는 점을 설명할 의도였다고 해도, 굳이 고건 전 총리 이름을 거명하며 ‘실패한 인사’로 규정한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그의 일련의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이나 당원 편지 등을 통해 “통합신당은 지역당 회귀”라고 반대해 왔다. 통합신당론의 한 축인 고건 전 총리를 ‘사회적, 이념적 분열을 치유하는 매개자 역할에 실패한 인물’로 규정한 것은 지역주의 회귀 방식의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여권의 대안이 고건 전 총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얘기를 토로한 것이다. 고건 쪽으로 가려는 열린우리당 내 세력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 등 정치권 바깥의 인물이 차기 대선에서 여권의 대안으로 떠오를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고건을 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는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고건 전 총리 등이 정치권 내부 인사만의 경쟁을 통해 범여권 후보가 되려고 할 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노 대통령 발언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의 속마음을 표현한 게 분명한 만큼, 그는 앞으로 여권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정책 관련 부서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차기 정권 창출을 자기가 주도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자기만의 독선적인 논리에다 당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누구보다 정권 재창출이 갖는 정치적·역사적·개인적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현재 사정이 다급하다고 민주당, 고건 전 총리와 신당을 만들면 과연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는가, 어렵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키면 좀더 명분 있는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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