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강입자가속기 안에 거대 초전도자석을 설치하는 장면. 제네바/AFP 연합
‘신의 입자’ 힉스·미니블랙홀 등 초관심
우주 탄생의 대폭발(빅뱅) 직후 에너지와 물질 상태를 구현하는 사상 최대 실험장치가 10일 가동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이날 오전 9시39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부근 지하 100m에 건설된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 첫번째 양성자 빔을 발사함으로써 ‘역사적 실험 시동’을 공식 선언했다.
거대 가속기엔 첫 양성자(수소핵) 빔이 시계 방향으로 발사됐으며, 이어 다른 양성자 빔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발사됐다. 발사 직후 린 에번스 가속기 프로젝트 대표는 “첫 양성자 빔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확인했으며, 로베르 아이마르 연구소 사무총장을 비롯해 여러 과학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성자 충돌 실험은 가속 터널 안에 초진공 상태가 충분히 만들어지는 상당 기간의 준비단계를 거친 뒤 시작될 예정이다.
아이마르 사무총장은 “거대 가속기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떤 발견이 이뤄지든 세계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훨씬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둘레의 네 배 가까운 길이 27㎞의 거대 가속기는 양성자 빔을 반대 방향으로 빛 속도(1초당 30만㎞)에 가깝게 가속하다 정면 충돌시키는 장치로, 충돌 때 방출되는 갖가지 소립자들의 신호를 아틀라스(ATLAS)·시엠에스(CMS) 등 검출기 넉 대가 정밀 포착한다.
물리학자들은 신호 데이터를 분석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태초에 존재했는지, 미니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는지,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가 존재하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힉스가 발견되면 ‘질량의 기원’이 규명될 수 있다. 거대 가속기 실험에는 세계 1만여명의 입자물리 연구자들이 참여 중이며 한국에서도 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단체와 과학자들은 양성자 충돌 때 생성될 미니 블랙홀이 지구에 대재앙을 몰고올 수 있다며 가속기 가동을 반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리학자들은 “미니 블랙홀은 우주에서 종종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며 이변이 일어나진 않는다”고 반박한다.
오철우 기자, 외신종합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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