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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기초수급 탈락가구 80% “월 50만원도 못벌어”

등록 2010-08-19 20:03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의 할머니들이 지난 4일 오후 마을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수마을에는 150가구가량이 사는데, 노인가구가 55%에 이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의 할머니들이 지난 4일 오후 마을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수마을에는 150가구가량이 사는데, 노인가구가 55%에 이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최저생계비로 한 달] 달동네 빈곤리포트 ③ 장수마을
수급현황·소득수준 보니
③장수마을 복지실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 참여한 체험단과 자원봉사자들은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의 지도 아래 지난 7월12~30일 이곳의 72가구에 대한 복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항목은 기초생활수급 현황과 소득 수준, 생활비 등 16개였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오는 9월1일로 10년이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지 장수마을을 통해 들여다 봤다.

■ 기초생활수급 탈락 71.4% “부양의무자 때문”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족쇄’가 되고 있었다. 장수마을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신청했다는 가구는 22곳(30.6%)으로 이 가운데 8가구만 수급자로 인정을 받았다. 나머지 14가구는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는데, 그 가운데 71.4%인 10가구가 “부양의무자 탓”이라고 응답했다. 3가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결과는 앞선 국책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비수급 빈곤층’ 7417가구를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74.2%가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정부가 정한 기준을 넘는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자녀)과 그 배우자(며느리·사위)를 말한다. 실제로는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있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가족관계가 사실상 단절됐거나 자녀도 생계가 어려워 부모를 부양하기 힘든 처지에 있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신청 22가구중 14가구 떨어져
50가구 “잘 몰라서 신청안해”
서비스 내용 어렵고 복잡한 탓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극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실제 장수마을 조사를 보면,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한 10가구 가운데 8가구의 월 소득이 5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비수급 빈곤층 가구는 월평균 총소득이 65만3500원으로 수급 가구(80만6700원)보다 15만3200원 적었고 주거 수준도 더 열악했다. 복지부는 이런 비수급 빈곤층이 103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장수마을 주민에게 누가 얼마나 도움을 주나
장수마을 주민에게 누가 얼마나 도움을 주나
■ 문턱 높은 복지서비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은 가구는 69.4%인 50가구나 됐다. 이들 가구의 소득을 살펴보면 생활이 넉넉해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응답한 44가구 가운데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구가 19곳(42.3%)이나 됐다. 박기철(68·가명)씨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데도 그동안 수급자 신청을 해본 적이 없다. 박씨는 “수급자 신청기준을 잘 몰라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딸이 있어서 안 될 것 같다고 해 여태껏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희망근로도 시켜주지 않아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받고 있으며,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자퇴한 딸이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월 40만원가량을 벌고 있다. 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85만8747만원인 만큼, 박씨는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선동 주민센터에 알아보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씨의 딸이 구청에 구직등록을 하면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한다고 했다. 박씨는 “명절 때 가끔 쌀을 받는 것 말고는 어떠한 복지서비스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복지서비스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빈곤층은 자신이 수혜 대상인지를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장수마을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도움을 주는 정도에 대해 0점에서 10점으로 응답해 달라’는 물음에 구청이나 주민센터(동사무소)의 경우 10점 만점에 2.04점을 줬다. 지역사회복지기관은 1.1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0.65점, 지역주민단체는 0.97점, 친척이 1.26점, 주변이웃은 0.85점 등 대부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월수입 113만원·빚 3209만원
59% “10년전보다 더 나빠져”
점점 더 극빈층으로 내몰려

■ 생활수준 점점 악화, 미래도 절망 장수마을 주민들의 소득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수입은 113만5088원이었고, 응답한 57가구 가운데 52.6%인 30가구가 100만원 미만을 벌고 있었다. 생활비로는 평균 97만4259원을 쓰고 있었다. 조사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가 3명이니, 3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11만919원을 약간 밑도는 금액이다. 상당수 가구는 낮은 소득 탓에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다. 72가구 가운데 38.9%인 28가구가 빚을 지고 있었고, 부채는 평균 3209만원이나 됐다.

장수마을 주민 상당수는 생활수준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해 생활수준이 어떻게 변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9.4%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그대로”라고 응답한 사람은 26.1%였다. ‘10년 뒤 생활수준은 어떻게 변할 것 같냐’는 물음에는 44.4%가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26.6%는 “그대로일 것 같다”고 답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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