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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유를 즐기는 젊은 벗들에게

등록 2006-07-30 18:00수정 2006-07-31 18:35

연재를 마치며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

“내가 정말 변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질문은,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 아, 이건 대단한 수수께끼다!” ‘고전으로 철학하기’ 첫 회에 인용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 후로 사계절을 다 보내고 또 한 계절을 더 보낸 마지막 회에서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에 나오는 문장으로 연재를 맺었습니다. “우리는 제한된 희망에 대한 공감만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다.”

딱히 고전의 소개도 아니고, 고전의 해설도 아닌 글을 뭐 그리 오랫동안 썼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고전으로 철학하기>는 ‘글’이 아닙니다. 내 딴에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사유의 몸짓’을 해 보인 것입니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그 시범을 보이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그래서 고전을 자상하게 소개하지도 않았고, 떠 먹이는 밥처럼 친절하게 해설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음표 붙은 생각 거리들만 잔뜩 남겨 두었지요.

고전 소개와 해설은 우리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고전이란 무엇인가’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전이 무엇인지 아는 것 이상으로 ‘고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말하면, ‘고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겠지요.

나는 독자들과 함께 고전으로 생각을 하려고 했습니다. 좀 더 좁혀서 말하면 고전으로 철학적 사고를 연습하려고 했습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뭘 또 어렵게 만들려고 하는 구나’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철학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심오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 학술 활동으로서 철학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겠지요.

하지만 심오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간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우선 모든 생각 거리들을 물고늘어지는 겁니다. 말 한 마디라도 그것을 끝까지 파헤쳐보는 겁니다. 잡아뜯기도 하고, 잔뜩 늘려 보기도 하며, 휙 뒤집어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도 눈치 챘을 겁니다. 심오해지기 위해서는 고상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진지한 놀이를 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생각의 귀족이 되는 게 아니라 생각의 개구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철학은 행동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일차적으로 여기에 있습니다. 온 몸으로 생각해 버릇한 사람은 언행일치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또한 철학은 성실한 연습인 것입니다. 미래의 올바른 실천을 위한 연습 말입니다. 그 연습을 고전이라는 ‘도구’로 한 것입니다. 고전을 고귀한 것으로 떠받드는 분들께는 외람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전은 떠받들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잘 쓰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고전을 성실하게 잘 쓰면 여러분들의 생각 주머니가 두둑해집니다.


이제 지금까지 다룬 고전들을 어떻게 선정했는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동화로 시작해서 과학책으로 마무리를 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요.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철학, 문학, 역사 같은 전통 인문학 책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고전이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고전이 존재하는 겁니다. 독자들에게 고정관념을 벗어난 고전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고전들도 다루었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고른 고전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문학 고전에서 흔히 제외될 수 있는 ‘동화’와 ‘민중문학’ 작품들도 다루었고, 현대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식론적 지평을 넓혀주는 ‘과학 고전’도 여러 편 다루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 고전’도 몇 편 다루었습니다. 흔히 문명사적으로 종이 책과 영화를 대립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시각화 또는 영상화라는 차원에서 둘 사이를 단절이 아니라 연속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세한 이유는 당시 기고에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고전 탐험대’의 임무를 다양화한 또 다른 이유는 좀 더 단순한 데에 있습니다. 철학 고전으로 ‘철학하기’는 비교적 쉽습니다. 사회·정치 사상서로 철학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별로 철학적일 것 같지 않은 작품과 함께 철학하기를 이루어낸다면 그 의미와 재미는 훨씬 더 클 것입니다. 또한 이런 작업 가운데서 기막힌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필자는 각 고전마다 철학하기의 한 가지 방식을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각자 독창적인 사유의 몸짓을 만들어가리라 기대합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54회에 걸쳐 연재됐던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가 이번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원고는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산대 교수 anemo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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