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매니저 탁지현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배우 매니저탁지현씨
싸이더스에치큐(HQ) 매니지먼트사업본부 탁지현 팀장이 맡고 있는 배우는 전도연, 공효진, 이종혁 등 모두 7명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강 팀장과 각 배우들의 담당매니저(로드매니저)가 한 자리에 모인다. 한 주간 일정을 챙기는 것도 안건 중 하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맡고 있는 배우들의 위상을 높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매니저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해요. 배우의 개인 비서로서 촬영과 인터뷰 일정을 비롯해 주변을 꼼꼼히 챙기는 것, 그리고 배우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해 대중적 이미지를 관리하고 더 나은 ‘가치’를 발휘하도록 기획·마케팅·영업을 하는 거죠.”
팀원들이 배우들을 따라 현장으로 흩어지면, 강 팀장은 ‘사람’을 만나러 나간다. 영화제작사 대표나 프로듀서, 영화·드라마 감독, 그 밖에 배우들의 동선과 관련 있는 주요 인물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출연 논의를 한다. 하루 평균 3~4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시나리오를 읽고 틈틈이 현장도 챙기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게 매니저 일을 한 것이 어느덧 8년째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게 싫었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꾸미는 게 좋았죠. 졸업 뒤 방송사에서 일을 하다가 매니저들을 가까이서 보게됐고, 나한테 딱 맞는 일이다 싶어 매니지먼트사 수습사원 모집에 응시했죠.”
강 팀장이 처음 한 일은 책상을 닦고 바닥을 쓸고, 휴지통을 비우는 것이었다. 6~8개월 가량의 수습기간은 매니저 지망생들에게 ‘겸손함’을 가르치는 시기다. 연예인 가까이에서 화려한 생활을 할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매니저 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알려주려는 것인데, 실제로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 팀장은 수습기간을 무사히 마친 뒤 배우 한 명을 맡아 현장을 챙기는 ‘담당매니저’가 되었고, 3년 전 팀장으로 승진했다.
“저희끼리는 착한 사람이 매니저를 해야 한다고들 해요. 누군가를 끊임없이 지켜보며 보살피고 돕는 일인데,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곤란하겠죠. 다른 이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을 만나더라도 사람들을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대해야 하고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니,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야 합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