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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해해야 할 것과 암기해야할 것

등록 2007-06-17 14:53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이범의 거꾸로공부법 /

암기해야 할 것과 이해해야 할 것

온라인 강의를 주로 하다 보니, 매년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지만 이름이라도 알게 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스승’이 되기는 애초에 글렀고, 기껏 목표로 삼는 게 ‘최고의 강의 테크니션’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강의 테크닉은 뭘까. 첫째는 강의의 논리적 순서를 잘 배치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해해야 할 것’과 ‘암기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해주는 것이다.

만약 이해해야 할 것을 암기하고, 암기해야 할 것을 이해하려 든다면 학습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학생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전자기현상을 다루면서 플레밍의 왼손 법칙과 오른손 법칙을 배울 때, ‘왼손 법칙은 모터, 오른손 법칙은 발전기에 적용’이라는 식으로 암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기초문제를 겨우 맞출 수 있다.

일단 왼손법칙은 외워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왼손법칙보다 더 원리적인 법칙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전자기 분야에서 이보다 더 궁극적인 법칙은 대학 2학년 때 배운다). 하지만 오른손 법칙은 왼손 법칙, 렌츠의 법칙, 패러데이의 법칙 등을 특정한 조건에 적용해 유도해낸 법칙이다. 즉, 오른손 법칙의 경우 단순 암기만 했다간 수능 수준의 응용문제 앞에서 그야말로 ‘뽀록이 난다’.

교과과정 중 암기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은 엄청난 분량을 암기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선생님이 잘 구분해주지 않기 때문에 얼핏 ‘모든 것을 암기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나 학원에서는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외형적으로 입증할 목적으로 쓸데없는 걸 가르치고도 암기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영문법이 대표적이다. 나는 아직 ‘4형식’과 ‘5형식’을 구분할 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문법 용어나 한국어로 표현된 문법 규칙을 모른다. 대신 주요 문형의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 그러면 독해나 작문에 응용할 수 있다. 예전에 치른 몇 번의 중요한 영어시험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많은 영어 선생들이 올바른 영문법 학습법으로서 나의 방법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는다.

교실에 있는 수십명의 학생 앞에서 수업 시간을 ‘채우려면’, 한국어로 된 복잡한 문법 용어와 규칙을 나열하는 게 유리하다. 최고 스타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봐도 마찬가지다. 강의 분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수강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학생 머리에 주입해줄 거리가 많은’ 길을 택한다. 그러면서도 ‘영어를 가장 영어답게 가르친다’고 광고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영문법이란 분명 암기가 필요한 학습 영역이지만, 문법 규칙을 달달 외우는 걸 조장해서는 곤란하다. 중요한 건 달이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다.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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