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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배경지식의 덫’피하라!

등록 2007-07-08 15:39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이범의거꾸로공부법 /

배경지식의 덫,아는 게 탈이다

자연계열은 많이 다르지만, 인문계열 논술은 배경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대비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왜 그럴까?”

일례로 서울대에서 내놓은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제 1번을 보자. 제시문이 세 개인데, 첫번째 제시문은 영국의 정치사상가 존 로크의 ‘통치론’의 발췌이고, 두번째 제시문은 ‘정보’의 특성에 대한 간단한 서술, 세번째 제시문은 카피레프트(copyleft) 개념을 소개한 설명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로크의 ‘통치론’에 나온 소유 개념이 정보화 사회에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자, 그런데 학생들은 로크에 대해 어떤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가? 고등학교 윤리나 정치 교과에서 로크는 홉스, 루소와 더불어 ‘사회계약론 3총사’의 일원으로서 다뤄진다. 따라서 어지간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로크의 주권과 국가에 대한 입장은 알고 있겠지만, 교과과정에서 다뤄지지도 않는 그의 소유이론을 미리 훑어본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로크의 소유이론을 다룬 제시문을 접한 학생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로크의 사회계약론으로부터 논의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강력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유혹은 역효과를 일으켜 채점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천편일률적 표현과 억지 논리를 양산한다.

인문계열 논술은 필요한 배경지식의 대부분이 제시문에 내재돼 있다. 따라서 논술 준비의 핵심은 배경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해석·추론능력을 ‘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제시문을 해석할 때 자신이 이미 알고있는 지식의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사리 ‘배경지식의 덫’에 걸리게 된다.

배경지식이 오히려 수험생의 눈을 어지럽히는 사례는 논술 뿐만 아니라 수능 언어영역에서도 볼 수 있다. 수능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은 그 출처가 매우 다양해 동서고금의 모든 지식을 총망라한 것처럼 보인다. 어린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에 이토록 다양한 여러 분야의 지문이 동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기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학생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문에 대한 해석·추론능력이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의 덫’은 외고생이나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이른바 ‘우등생’ 기질이 농후한 학생일수록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승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과 수능 언어영역은 머리를 ‘채우는’ 노력 못지않게 머리를 ‘비우는’ 노력이 중요하다. 논술 고수들이 학원가의 논술 배경지식 강의를 비웃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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