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거꾸로 공부법 /
아이와 교육비 설계를 함께하라!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서 늘 전교 1등을 하는 중학생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실은 그 학생의 부모가 먼저 전화를 해 ‘아이가 민사고를 경유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어하는데 솔직히 교육비 부담할 능력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평범한 샐러리맨이고 집을 마련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이렇게 말해버렸다. “너, 민사고 가고 미국 대학으로 유학 가면 7~8년 사이에 3억은 깨진다. 나중에 부모님한테 그 정도 보상해드릴 수 있니?” 예상대로 아이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지만, 부모보다는 내가 악역을 짊어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질러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학부모들은 교육비와 관련해 두가지 착각을 안고 산다. 첫번째 착각은 ‘일단 대학에만 보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실제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고등학교 시절까지보다 대학 이후에 자녀에게 더 많은 돈이 든다. 대학 등록금도 장난 아니고, 툭하면 각종 학원을 다니는 데다가 어학연수다 뭐다 해서 목돈이 깨지는 일도 적지 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때 자식에게 뭔가 큰 걸 해줘야 부모 면목이 선다.
두번째 착각은 자녀가 어릴 때의 소득수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별 소득을 분석해 보면 평균적으로 자녀가 중고등학교 다닐 무렵에 소득이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런 두가지 착각에 빠져 사교육비를 펑펑 쓰다 보면, 그 부메랑으로 노후 생활기반이 침식되고 만다. 그리고 자녀는 자녀대로 학습과정을 학원에 의존해온 만큼 나약하고 자기관리능력이 취약한 아이가 되어버린다.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 부모가 얼마나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지를 거의 생각해보지 않는 듯하다. 지금 당장 자녀와 함께 교육비 가계부를 쓰기 시작해 보자. 우선 이만한 생활경제 교육의 기회도 없다. 그리고 교육에 돈이 든다는 것을 자각해야 스스로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전략을 짜게 되고, 그만큼 학원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학원을 이용한다 해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민사고를 목표로 했던 학생은 다행히도(?) 민사고에 도전할 만한 ‘극단적인’ 영어 수준이 되지 못해 자연스럽게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일반고에 진학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할 것을 권하며, “너 혼자 행복해지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너를 키워준 부모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목표를 세워라” 라고 타일렀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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