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진로 교육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콤즈는 그의 저서 <교육신화>(Myths in Education)에서 우리가 이제껏 교육에 대해 믿고 있던 것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허상인지를 명쾌하게 지적한다. 이런 허상은 종종 ‘신화’의 위치로까지 올라간다. 신화는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일말의 진실은 부분적인 것이라 전체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신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갖기를 주저한다. 진로교육에도 이런 신화가 자리하고 있다. 부모와 교사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그릇된 믿음을 정리해 본다.
첫째, 진로교육은 진로를 정해주는 교육활동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진로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나 교사도 문제지만 어른이 나서서 진로를 어떻게든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진로결정의 주체인 아이들에겐 선택에 필요한 힘을 길러가는 과정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의 길을 찾을 때까지 흥미를 보이는 분야나 관심을 갖고 있는 직업 등에 대해 정보를 함께 수집해 주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진로교육에서는 섣부른 진로 결정보다 ‘현명한 미결정’이 더 가치 있는 교육활동이 될 수 있다.
둘째, 진로교육을 하려면 아이들의 특기와 적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초조감이다. 진로교육에 의욕이 있는 부모들에게 “우리 애는 뭐에 관심이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공부에 지치고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쉬운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특기와 적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특기나 적성 발굴 이전에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진로교육은 특기나 적성을 발굴하는 그 이상의 개념이다. 일에 대한 개념을 길러주는 것, 일의 세계를 보여 주는 것,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이를 일의 세계와 연결시켜 생각하게 하는 것, 일의 세계에서 필요한 각종 기초능력을 길러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진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 진로교육은 이 모두를 포함한다.
셋째, 진학의 성공은 곧 진로의 성공이라는 맹목적 믿음이다. 어렵게 취직을 하고도 1년 안에 직장을 옮긴 대졸 신입사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적성과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무작정 진학과 취업에만 매달렸던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점수에 맞춰 미래를 선택한 학생이 뒤늦게 후회한다면 사회적 낭비로밖에 볼 수 없다. 진학은 진로 설정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시험 성적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보다 공부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본 학생들이 더 뚜렷한 학습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진로 찾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적성검사를 해보는 학생의 모습. 장철규 기자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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