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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제2, 3의 ‘찬드라’ 나오지 않길

등록 2008-05-25 16:11수정 2008-05-25 16:35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최성각(왼쪽 두번째) 사무처장이 지난달 네팔에 가 찬드라 쿠마리 구룽(맨 오른쪽)에게 이주 노동자로서 한국에서 고초를 겪게 한 것에 참회하는 뜻으로 모은 성금을 건넸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제공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최성각(왼쪽 두번째) 사무처장이 지난달 네팔에 가 찬드라 쿠마리 구룽(맨 오른쪽)에게 이주 노동자로서 한국에서 고초를 겪게 한 것에 참회하는 뜻으로 모은 성금을 건넸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제공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49) 소수집단과 주류의 갈등과 통합

문화콘텐츠로 접근하기 / 영화 [난이도 수준-중2~고1]

<여섯 개의 시선-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2003, 국가인권위원회)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행려병자로 오인받아 정신 치료를 받으며 살았던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다.


네팔에서 나고 자란 찬드라는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서울 한 섬유공장에서 미싱보조사로 일했다. 어느 일요일, 기숙사 동료와 다툰 그는 공장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분식집에 들어가 라면 한 그릇을 먹었다.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 라면값을 치르지 못한 찬드라는 분식집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고, 행려병자로 분류돼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찬드라는 자신이 네팔인 노동자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썼지만,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달할 수 없었다. 그의 외모는 네팔인도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과 닮았다. 그가 만난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 모두 찬드라가 외국인일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네팔어를 접하지 못한 한국인들은 찬드라가 하는 말을 횡설수설하는 한국어라고 받아들였다. 병원에서는 찬드라에게 ‘선미야’라는 한국 이름을 붙였다. 이후 찬드라는 정신병원과 서울특별시립부녀보호소 등을 오가며 6년4개월 동안 한국에 머무르다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 영화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찬드라의 행적을 따라가며 사실을 확인하는 가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언론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남모를 죽음을 맞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여전히 편견을 갖고 대하는 여러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즉,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 등장하는 ‘찬드라’가 아니라, 찬드라를 그렇게 만든 우리 사회의 냉담하고 편협한 시선이라는 것이다.

찬드라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네팔인 시토라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영화에 직접 출연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찬드라를 처음 만났을 때 시토라는 한국어로 인사했다고 한다. 시토라의 태도는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주류의 흉내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찬드라가 네팔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굳이 설명도, 자막도 없이 이 장면을 집어넣은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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