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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정보 격차’ 방관하는 사회

등록 2008-06-15 14:56수정 2008-06-15 19:30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공부법 /

대치동 엄마의 자녀교육법으로 유명한 모 베스트셀러 작가와 가끔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하루는 이 분이 “교육 관련 시민운동 하는 분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묻길래 “사교육 불길에 기름을 붓는 사람이라고 여기는데요” 라고 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내가 보기에도 그 분은 특별히 불순한(?) 의도로 책을 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사회적 기능이 있는 법이다. 이 작가는 자신이 대치동 한복판에서 경험하고 검증해본 교육 정보들을 정리해 내놓았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선동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교육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연히 어떤 사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정보로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대학과 특목고의 학생 선발 요강이 복잡하고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교육업계에서 입시설명회와 같은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강연을 하다 보면 대입 정보에 확실한 지역별 격차가 존재함을 체감할 수 있다. 강남 지역에는 특목고에 가면 (내신 실질반영도가 높은) 서울대에 가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서 일부러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지 않는 ‘여우같은’ 학부모들이 있는 반면, 강남에 바로 인접한 분당지역만 해도 학부모들은 학업이 우수한 중학생들을 싸그리 외고로 진학시킨 다음에 “분당 애들은 서울대 진학실적이 안 좋은데 왜 그런가요?”라고 묻는다. 이들 자신은 강남지역에 못지않은 교육정보를 누리고 있다고 느낄지 몰라도, 한국사회의 교육 정보가 대체로 사교육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굴절돼 있다는 것까지는 간파하지 못한 채로 특목고 입시학원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지역별 격차 못지않게 큰 격차가 바로 맞벌이 여부로 인한 격차이다. 아빠에 비해 엄마가 교육에 대해 보다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국적 문화에서, 엄마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교육정보에서 뒤처지는 것은 큰 문제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많건 적건 이른바 ‘엄따’(엄마왕따)를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천사표 전업주부 엄마를 동지로 만들려고 노력해 보거나, 없는 시간을 쪼개 학원 등을 전전하며 어떻게든 여기에 대응해보려 애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공교육계는 체계적인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고3과 재수생의 격차 또한 만만찮다. 재수생은 입시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노하우와 정보면에서 고3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보인다. 예를 들어 고3은 6, 9월에 치러지는 평가원 모의고사가 수능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지를 강조해도, 선뜻 이를 자기 공부방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주거지역이나 맞벌이 여부, 재수 여부 등에 따라 교육 정보가 크게 차이나는 현상은 누가 봐도 기형적이다. 특히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의 공공영역에서 이 정도로 엄청난 정보 수요에 대처하지 못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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