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새터민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 북한동포의 수는 짧은 시간 내에 1만 명을 넘었다. 최근엔 가족단위의 탈북이 증가해 새터민 청소년도 크게 늘었는데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한 새터민 청소년이 자신의 탈북과정을 담담히 써내려간 ‘금희의 여행’이라는 수기를 보면 이 ‘여행’ 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책의 구석구석에 드러나 있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나고 살다가 온 청소년으로서 금희양이 한국사회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이다. 어린 나이에 힘든 탈출의 과정을 겪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느라 남들의 배의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진로지도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키워드가 ‘선발’ 과 ‘경쟁’ 인 한국의 학교 시스템에서 새터민 청소년들이 머뭇거리고 고민할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새로운 학교체제에 적응하고 자신의 진로를 잘 개척할 수 있도록 교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
이들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가 모든 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알 때에 비로소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는 기본이 갖춰진다. 따라서 새터민 청소년을 한국문화가 ‘실종’ 된 학생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며 이들에게 일방적인 적응을 강요하기 보다는 학교와 교사들도 다른 경험을 소유한 사람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는 새터민 청소년을 대하는 교사 및 지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적 교육문화가 주류인 사회에서 새터민 청소년의 학업과 진로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중등학교를 선택하는 경우 각각의 선택이 가진 장단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은 학생이라면 검정고시가 보다 마음 편한 선택이겠으나 생활이 흐트러질 수가 있고, 대안학교는 자신들과 비슷한 학생들끼리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겠으나 일반학교의 남한 청소년 문화를 알기는 힘들 것이다. 대학교육의 경우 구체적 정보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선택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00전공이 제일 취직이 잘 된다’ 거나 ‘중국에 오래 있다 왔으니 중국어과를 가지 그러니’ 라는 조언을 넘어서는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대학진학 사례 등이 축적되고 공유되면 좋을 것이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후회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미래를 꿈꾸는 데 이들이 소유한 ‘다름’이 이들을 막아서는 장애물로 작용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풍부한 자양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터민 청소년에게 적응하라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라고만 하기보다는 학교와 교사,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이들의 경험을 즐거운 학교생활, 직업탐험 및 선택과 성공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고리를 찾아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새터민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는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남북 청소년들이 함께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
김태형 기자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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