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정말 미치겠습니다. ㅠㅠ. 제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고3학생의 사이버 상담 내용을 구태여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고3 때의 대학과 학과 선택이 한 개인의 진로 선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이때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 심지어 대학과 학과 선택을 위한 운세 상담 광고까지 등장하곤 한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면 우선 학과와 직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나 졸업 뒤 직업 세계로 이동하는 경로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 등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정보가 요긴할 것이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에서는 학과개요, 전공영역 등을 비롯해 졸업 뒤 진출직업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자신의 흥미나 성격에 맞는 직업을 검색할 수도 있다. 또한 ‘워크넷’(www.work.go.kr)의 ‘직업지도’(Job Map)에서는 직업별 종사자와 임금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고, ‘대졸자 취업정보’(survey.keis.or.kr)를 통해선 졸업자의 진로 현황과 더불어 어떤 학과에서 어떤 직업 분야에 취직을 많이 하는지, 즉 전공-업무 일치도가 높은 직업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고3 때의 선택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이것이 진로를 선택할 최후의 순간은 아니다. 대체로 진로 관련 의사결정은 ‘탐색-구체화-선택-명료화-적응’의 다섯 단계를 거치는 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하나의 주기로서 일생을 통해 여러 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일생을 통해 여러 번의 선택이 불가피하므로 또다른 선택의 시기들이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하였으면 한다.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니 ‘사오정’(45세 정년)이니 하는 신조어들이 보여주듯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새로운 선택을 고민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하고, 좀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평생 새로운 일을 찾아 그 일을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한데, 교육학자들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학습’(Learning to Learn)이 그 어떤 특정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지 탐험가 한비야씨를 예로 들어보자. 서른다섯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탐험가가 되었고, 마흔세 살에 배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현재는 국제난민기구에서 일한다. 그가 들려주는 말을 옮겨본다. “나도 19살엔 조바심에 빠졌겠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재수하게 되면 더욱 그래. 하지만 그때 내게는 아무도 1, 2년 차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 인생 90년을 축구로 비유하면 너희는 지금 전반 19분을 뛰는 중이야. 19분에 한 골 먹었다고 집에 가는 축구선수는 없어. 난 스무살 넘어서까지 골 많이 먹은 사람이야. 만회할 시간은 충분히 있어!” 올해 고3이 된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현대사회에서는 진로 선택을 생애 몇 번씩 해야 한다. 사진은 중·장년층 대상 취업박람회 모습.
김경호 기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