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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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지역아동센터에서 지내는 학생이 6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공부방이라고 불렸던 지역아동센터는 부모가 맞벌이거나 한부모 가정, 또는 부모가 아닌 보호자와 지내는 학생들에게 급식, 문화 활동 등 통합적인 아동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농촌 같은 경우에는 부모들이 고된 농사일에 정보소외까지 겹쳐 자녀교육에 고민이 많은데, 이런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지역아동센터가 한몫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아이들의 학습지원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보살핌’이 있다. 신문에서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기 선생님들은 바쁘거나 부재한 부모를 대신해 학교 담임교사를 만나 학생의 학업이나 진로문제를 논의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처럼 부모 몫으로만 여겨졌던 ‘보살핌’에 개입하고 있는 지역사회 어른들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가정은 꼭 부모와 자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있을 수도 있고 조손가정도 있는가 하면, 부모가 있어도 진로교육에 정신적·경제적 여력이 없는 가정도 상당수 있다. 학자들은 전통적인 규범과 관습에 의해 규정되던 대가족 형태의 ‘제도적 가족’(institutional family)은 부부의 애정으로 결합되는 ‘심리적 가족’(psychological family) 단계를 거쳐, 최근엔 어떤 구성원들이 있어야 좋은 가족인지를 제시하지 않는 ‘다원적 가족’(pluralistic family)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등장한 다양한 가족 형태는 이런 변화를 실감하게 해준다. 특히 가족 구성원 개념에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이들이 포함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경우 부모나 다른 보호자들과 함께 청소년의 방과 후 학습이나 전인적인 성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실이 중요한데 지역아동센터가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학생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한 개별화된 지도를 하면서 학교와 협력해 학생의 학습과 진로를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다시 해봐야 할 것이다. 이곳을 단순히 학습을 지원하는 공간이나 방과 후 아이를 잠시 맡겨두는 수준의 공간으로 이해할 게 아니라 대안 가정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런 인식 변화와 함께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지역아동센터 중에는 국가보조금도 적고 자력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다 선생님들의 월급도 평균 70만원대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고른 진로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지역아동센터에 모여 책을 읽고 학과 공부를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물론 그런 인식 변화와 함께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지역아동센터 중에는 국가보조금도 적고 자력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다 선생님들의 월급도 평균 70만원대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고른 진로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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