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청소년센터 등에선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만족스럽게 자기 진로를 찾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다문화·새터민·일반 청소년으로 구성된 무지개청소년센터 무지개기자단의 모습. 무지개청소년센터 제공
진로교육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우리 사회 다문화 가정의 자녀 가운데 초중고 재학생은 현재 1만9천여명 정도로, 이는 2006년에 조사된 8천여명에 비해 2년 동안 두 배로 훌쩍 증가한 숫자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불리는 청소년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사이에서 출생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청소년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눈에 띄게 ‘다른’ 아이들이다. 한 조사 결과 외국 출신 어머니를 둔 청소년 가운데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6.7%에 그쳤고 43.3%가 스스로를 외국인으로 여겼다고 한다. 포용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절로 배어난다.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 시대를 지나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이 청소년들은 그런 사회가 빨리 오기를 그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할까? 우선 이들 중 많은 수가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교육 소외가 우려되는 현실이다. 요즘같이 사교육이 횡행하는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롯된 학습 부족보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 준다고 이들을 다른 한국 아이들한테서 ‘분리’ 해 내는 교육이 아닐까 한다. 이 아이들만을 따로 불러내어 한국문화 체험 행사를 한다거나 놀이동산 탐방을 하는 식의 프로그램들은 이 청소년들이 주류문화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의식에 기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생김새가 다르다고 놀림을 받으며 고민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지만 이들도 여타 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역경을 넘어서며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다문화 청소년들이 남들과 ‘다르고’ ‘열등’하므로 따라서 보상적인 성격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문화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든 청소년들이 생활 속에서 평등과 공존을 체험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교육이 들어설 틈을 앗아간다.
다문화 가정에서 난 청소년의 진로지도에서 희망적인 기대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다문화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그 청소년들은 하나의 문화만을 경험하는 아이들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 있고,
이를 발판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리에 진출해서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 사이에 수많은 연결 통로를 놓는 일을 훌륭히 해낼 것이다. 현재 무지개청소년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청소년 기관들이 다문화 가정 청소년에게 학습자원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는 청소년 기관과 긴밀히 협력했으면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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