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9. 경험과 책을 연결지어라(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10. 이런 점이 궁금하다(스스로 질문하고 의견 세우기)
11. 밑줄 쫙, 열쇳말에 동그라미, 공감의 흔적을 남겨라(기억, 재생력 높이기)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제작 방영한 ‘최고의 교수’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최고의 교수는 공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질문 받기를 좋아하고 질문을 잘한다, 학생들을 존중한다, 책을 아주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 1944년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는 수상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얘야, 오늘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물으셨어요.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비결입니다.” 이렇듯 질문을 좋아하고 잘하는 부모에게서 역시 질문을 잘 만들고, 그 질문을 해결하려는 탐구심 강한 자녀가 나오기 마련이다. 위대한 결과는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문화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절에 가서 범종을 보았다고 하자. 이때 스스로 궁금한 점을 찾아서 질문하라고 말해 본다. 그러면 “종을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어요?” “절에 왜 종을 만들어 매달아 놓았어요?”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답을 주지 못해도 괜찮다. 답을 구하려고 그 자리에서 전문가에게 바로 묻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궁리해 보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면 대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그 답을 찾고 싶은 동기가 유발된다는 점에서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글을 읽다가 잘 모르는 낱말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먼저 글의 맥락에서 단서를 찾아 뜻을 헤아린 다음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리하는 과정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고 과정이다.
만약 미셸 캥의 <처절한 정원>을 읽는다고 했을 때, 제목에서부터 질문이 만들어진다. “왜 처절한 정원일까?” 속표지를 보면 또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레지스탕스 요원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역사의 흑백논리는 왜 어리석다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레지스탕스’ ‘흑백논리’와 같은 단어의 뜻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이 지어진 배경이나 핵심어를 이해하면 책 내용을 더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책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로 읽게 해 준다. “의심하는 바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질문이 없는 읽기는 질문이 없는 삶과 같다.
임성미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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