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하중 독서 프로그램을 이끈 김금단 교사는 “읽고 쓰는 문제해결력을 기르려면 일상적으로도 지시적인 질문이 아니라 열린 질문을 던져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김 교사(가운데)와 학생들(왼쪽부터 김대영, 최연지, 유채린, 홍도희 학생)이 1년 동안 쓴 자료집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독서뒤 질문·풀이과정 통해
저학년 상상·표현력 키우고
고학년 추론·비판능력 배양
저학년 상상·표현력 키우고
고학년 추론·비판능력 배양
창의 교육 현장 / 파주 교하중 독서교육
파주 교하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겐 특별한 입학선물이 있다. ‘워크북’(자료집)이라고 부르는 독서활동 자료집이다. 1년 동안 자료집을 다 쓰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는 새로운 자료집을 받는다. 전교생은 모두 한 권 이상 이 자료집을 갖고 있다.
“처음엔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었죠.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독후감 쓰는 부담 때문에 힘들어했거든요. 줄거리를 외워서 쓰는, 틀에 박힌 정리잖아요. 근데 지금은 책을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는 데 재미가 붙었어요.” 곧 2학년용 자료집을 받게 될 최연지양의 말이다. 최양은 “자료집 덕에 독후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 자료집은 교하중이 ‘2008~2009년 학교도서관 운영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또 28회 대통령기 국민독서 경진대회 단체상과 개인상, 지도교사상, 경기도 논술대회 은상(개인)을 받은 교하중의 창의적 독서 비법을 알려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창의적 사고력과 독서력 신장을 위한 수행자료집>은 3년 전, ‘읽기, 쓰기’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교사나 비슷한 고민을 할 거예요. 요즘 학생들은 말을 시키면 참 잘해요. 근데 논리적인 문장으로 말하거나 글로 적으라고 하면 못하죠. 추론·비판은 기대할 것도 없고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거나 사실적인 내용 파악도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읽고 쓰는 사고력, 문제해결력은 진학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아이들 삶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학습이잖아요. 뭔가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어요.” 프로그램을 담당한 김금단 교사(국어 담당)의 설명이다.
교과별·학년별 도서목록 만들기, 아침독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한 독서감상문 쓰기, 도서관 활용수업 등 전학교 차원의 독서 활동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자료집은 이를 아우르는 중심 텍스트(교재)였다. 통합적 읽기, 쓰기 자료가 필요했기에 국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과목의 교사들이 함께 궁리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만들었다. 신용신 교장은 “연구학교 지원 등 외부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심 내용을 만화로 표현하기, 가사로 창작해 보기, 인물의 좋은 점 찾고 칭찬하는 표창장을 논리적 이유와 함께 적기 등이 기억에 남아요.”(홍도희양) “세어 보니까 문제 종류가 거의 40개가 되더라고요. 책을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방법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김대영군) 자료집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다. 자료집에 ‘창의적’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뚜렷한 기획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읽고 쓰는 데 필요한 문제해결력을 기르도록 적절한 독후질문을 담은 자료집”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문제해결력을 길러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독후감을 써 내라고 하면 모두 같은 줄거리를 베껴 오죠. 정답이 있는 질문이 되는 겁니다. 저희 자료집에는 정답이 있거나 “네”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없어요. 각자 읽기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면서 창의적인 사고 결과물을 내도록 유도하는 질문들이 있죠.”(김금단 교사) 읽은 것을 만화, 기사, 광고문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기, 육하원칙에 따라 사건을 다시 배열하기,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어휘 찾기. 1학년 학생들에게 이 자료집은 독후자료집이면서 한편으론 스케치북, 단어장이 되기도 했다. 1학년 수준에 맞춰 독서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놀이적 성격’의 질문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수준은 2,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단계별로 높아진다. ‘제시문을 읽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는 점 적기’, ‘지은이가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유 추론해서 쓰기’ 등이 대표적이다. 질문을 하되 학년별로 수준을 다르게 했다는 점이 자료집의 특성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여기저기서 비판적 사고력을 말하는데 1학년부터 비판적으로 읽고 쓰는 걸 한다면 오히려 읽기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독서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독서가 엄밀히 다르죠. ‘비판적 독서’가 먼저는 아닙니다. 우선 ‘감상적 독서’부터 해야 합니다. 텍스트에 몰입하고 이해하는 단계로 터를 닦고, 이해한 걸 표현하거나 다른 글과 함께 추론하는 단계로 넘어가야죠. 2학년 수준에선 교과와 연계해 다양한 배경지식을 줘야 합니다. 3학년에 가서 비로소 본격적인 ‘쓰기’로 가는 거죠.” “제시문을 읽고, ‘무료하게’의 뜻을 적고, ‘무료’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다음 문장의 빈칸을 채워보세요. 무료를 달래려고 ( ) 일을 찾았다.” 이는 3학년용 자료집에 나오는 질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 수준이 높아지긴 하지만 자료집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적인 질문 유형이다. 어휘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그 쓰임을 알고 가야 한다는 뜻에서 만든 문제다. 김 교사는 “개인적으로는 어휘력 등 기본적인 독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고 적어보게 하는 활동도 병행한다”고 했다. “책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은데 책 속에 나온 어휘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고 글의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묻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올해 눈에 띄게 많은 책을 읽은 1학년 유채린양은 자료집을 펼쳐 보면서 그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자료집을 보니까 100권 정도를 읽었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는데 지금은 양이 중요하단 생각만은 안 해요. 얼마나 잘 이해하고 넘어갔느냐도 중요한 거 같아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김 교사는 “읽고 쓰는 데 필요한 문제해결력을 기르도록 적절한 독후질문을 담은 자료집”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문제해결력을 길러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독후감을 써 내라고 하면 모두 같은 줄거리를 베껴 오죠. 정답이 있는 질문이 되는 겁니다. 저희 자료집에는 정답이 있거나 “네”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없어요. 각자 읽기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면서 창의적인 사고 결과물을 내도록 유도하는 질문들이 있죠.”(김금단 교사) 읽은 것을 만화, 기사, 광고문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기, 육하원칙에 따라 사건을 다시 배열하기,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어휘 찾기. 1학년 학생들에게 이 자료집은 독후자료집이면서 한편으론 스케치북, 단어장이 되기도 했다. 1학년 수준에 맞춰 독서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놀이적 성격’의 질문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수준은 2,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단계별로 높아진다. ‘제시문을 읽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는 점 적기’, ‘지은이가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유 추론해서 쓰기’ 등이 대표적이다. 질문을 하되 학년별로 수준을 다르게 했다는 점이 자료집의 특성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여기저기서 비판적 사고력을 말하는데 1학년부터 비판적으로 읽고 쓰는 걸 한다면 오히려 읽기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독서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독서가 엄밀히 다르죠. ‘비판적 독서’가 먼저는 아닙니다. 우선 ‘감상적 독서’부터 해야 합니다. 텍스트에 몰입하고 이해하는 단계로 터를 닦고, 이해한 걸 표현하거나 다른 글과 함께 추론하는 단계로 넘어가야죠. 2학년 수준에선 교과와 연계해 다양한 배경지식을 줘야 합니다. 3학년에 가서 비로소 본격적인 ‘쓰기’로 가는 거죠.” “제시문을 읽고, ‘무료하게’의 뜻을 적고, ‘무료’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다음 문장의 빈칸을 채워보세요. 무료를 달래려고 ( ) 일을 찾았다.” 이는 3학년용 자료집에 나오는 질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 수준이 높아지긴 하지만 자료집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적인 질문 유형이다. 어휘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그 쓰임을 알고 가야 한다는 뜻에서 만든 문제다. 김 교사는 “개인적으로는 어휘력 등 기본적인 독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고 적어보게 하는 활동도 병행한다”고 했다. “책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은데 책 속에 나온 어휘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고 글의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묻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올해 눈에 띄게 많은 책을 읽은 1학년 유채린양은 자료집을 펼쳐 보면서 그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자료집을 보니까 100권 정도를 읽었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는데 지금은 양이 중요하단 생각만은 안 해요. 얼마나 잘 이해하고 넘어갔느냐도 중요한 거 같아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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