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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과학 어렵다고? 재밌는 마술로 술술~

등록 2008-12-07 16:33

인천 효성초등학교 김택수(왼쪽)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보도록 할 때 마술의 교육 효과가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김 교사와 학생이 볼펜, 고무줄, 마술모자 등 다양한 마술 기구 가운데 하나를 갖고 마술을 해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인천 효성초등학교 김택수(왼쪽)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보도록 할 때 마술의 교육 효과가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김 교사와 학생이 볼펜, 고무줄, 마술모자 등 다양한 마술 기구 가운데 하나를 갖고 마술을 해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고무줄·신문지·볼펜 등 활용
교과서 개념 알기쉽게 설명
집중력·사고력 배양도 도움
창의 교육 현장 / 인천 효성초교 ‘마술수업’

“다 같이 외쳐보자. 하나, 둘, 셋! 쓱싹!” 마술사가 주문을 외웠다. 그의 손이 바퀴벌레 한 마리가 붙은 막대기를 쓸어내리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마리였던 바퀴벌레가 다섯 마리로 늘어난 것이다. “아우, 더러워.” 마술사가 장난스럽게 외치자 학생들이 탄성을 외쳤다. “와! 하나, 둘,셋, 넷, 다섯 마리로 늘었어!”

지난 1일 인천 효성초등학교 6학년 6반의 수업장면이다. 삐죽 세운 머리, 빠르게 움직이는 손 그리고 농담과 즉흥대사(애드리브)로 학생들의 넋을 빼놓는 이 마술사는 담임 김택수 교사다.

탄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각종 마술기구를 담은 김 교사의 가방에서 신문지 한 장이 나왔다. 분명 네모 모양으로 신문지를 오렸는데 펼쳐 보니 하트 모양으로 잘려나갔다. 한 여학생은 “예쁘다!”고 외쳤다.

“분명히 느끼실걸요. 6반 학생들은 몰입하는 능력이 남달라요. 그리고 굉장히 명랑하죠.” 김병진 교장의 말이 정확히 맞았다. 수업에 넋을 놓고 집중했던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오자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수업에 대한 이야기요? 저도 해드릴 수 있어요.”

김 교사의 마술이 학생들에게 웃음만 준 건 아니다. 어렵고 복잡한 수학, 과학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만나는 길도 찾았다. 김민지양은 “선생님이 설명도 해주셨지만 바퀴벌레 막대기는 착시원리로 가능한 마술이에요.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하잖아요. 신문지 마술은 전개도와 겨냥도의 개념을 설명해줄 때 좋고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 교사는 이렇게 고무줄, 숫자판, 볼펜 등 일상적인 도구를 갖고 마술 수업을 해 왔다. 고무줄이 검지와 중지에서 다른 손가락으로 순간이동하는 마술은 탄성의 성질을 배우게 해준다. 또 6개의 숫자판으로 상대가 생각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마술은 수학의 2진법과 관계가 있다.

이 마술 수업의 역사는 8년 전에 시작됐다. “2001년 겨울, 교대 4학년 때였어요. 교생실습을 갔는데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집중하게 만드는 정말 재밌는 수업은 없을까 고민했어요. 현장교육 경험이 적어서 힘들어하던 참에 우연히 신촌 부근에 있는 마술카페를 갔고, 마술을 보게 됐습니다. 보는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당시 대학 등록금은 35만원, 마술수업 수강료는 78만원. “대학에 가면 등록금부터 모든 생활비는 직접 벌어 써야 한다”는 부모님의 철칙으로 등록금도 직접 벌어야 했던 시절, 돈 내고 마술수업을 들을 순 없었다. 결국, 카페 청소를 하는 대신 마술을 가르쳐 달라고 사정했다. 한 달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한 대가로 배운 것은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한 고무줄 마술이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수업에 본격적으로 접목해 보기로 했다. “하다 보니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발표력이나 집중력도 향상되는 게 확실히 보였습니다. 2002년도부터는 교사마술동호회를 시작했고, 교과서를 놓고 초등학교 공부도 다시했어요. 마술을 접목한 수업을 100차시까지 만들어 봤죠.”

마술은 아이들을 변하게 했다. 우선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또 심리상담이나 생활지도를 할 때 교사와 학생을 잇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물론 학습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교과서 속에서 문장으로 만나는 개념이나 원리를 직접 경험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큰 매력이죠. 예를 들어 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게 하고 찬 공기를 만나서 눈이 되게 하는 현상을 마술로 보여주면서 ‘대기 순환의 원리’를 알려줄 수 있어요. 개념을 달달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문제 상황을 주고 직접 경험에 의해서 지식을 체득하게 해주는 거죠.”

김 교사는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의욕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마술은 원리가 들어가는 과목을 정말 싫어하는 아이도 문제를 풀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 본래 마술에선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만 교실에서 하는 마술은 조금 다르죠. 간단한 마술의 트릭을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이나 추리력, 창의력이 생깁니다. 원리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해결력의 시작이 아닐까요?”

현재 효성초에는 김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사들의 마술학습 동아리 ‘매직인클래스’(Magic in Class)와 학생들로 구성된 마술 동아리 ‘효성매직’이 있다. 모임 운영에 적극적인 김병진 교장은 “암기식 교육이나 일방향 교육에서 벗어난 수업이 필요할 때라 나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 마술수업은 배움이 왜 재미있는 건지 알게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사는 “마술이라고 하면 사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원리를 알고, 그것이 과학이라는 생각을 해주었으면 한다”며 “교수법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 가운데 마술교육에 뜻이 있는 교사라면 교사마술동호회(magicteacher.cyworld.com)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 모임은 마술수업 교육은 물론이고 분교로 떠나는 마술캠프 등의 자선 공연 등을 하고 있다. “작은 고무줄 하나, 볼펜 하나로도 마술수업이 가능합니다. 마술수업을 통해서 공붓벌레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능동적인 아이들이 되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저는 마술이 교육의 목적이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업에 쓰는 도구인 거죠. 문제를 풀 때 ‘저게 왜 저럴까?’라는 질문을 끝까지 갖고 가게 하는 매력적인 도구죠. 마술 역시 다양한 교수법 가운데 하나라고 인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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