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진 교사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단순히 교과 공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논란이 되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때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장 교사가 직접 다시 쓴 해리포터 이야기로 정의 관련 수업을 하는 모습이다.
다양한 자료 통해 쟁점 발굴
토론 거친뒤 실생활 적용도
‘사회참여형’ 해결력에 도움
토론 거친뒤 실생활 적용도
‘사회참여형’ 해결력에 도움
창의 교육 현장 / 서울 대방초교 ‘정의교육수업’
서울 대방초 6학년5반에는 대통령(박찬우 군)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다. 국정홍보처도 있고, 정당도 두 개 있다. 입법부, 사법부 등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기구들도 있다. 얼마 전에는 법률안도 나왔다. 지각 시간 개정 법률안이다. 등교시간이 8시45분으로 늦춰졌지만 어길 때는 벌칙이 있다.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법률이다. 학생들은 2학기부터 학급에 필요한 안건을 내고, 회의를 거쳐 이 안건에 대해 더 나은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학급활동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이하 창재시간)의 연장선이다. ‘정의(Justice)를 찾아서’란 부제를 단 이 시간을 학생들은 ‘해리시간’이라고 한다. 담임 장대진 교사가 직접 만든 교재 내용 가운데 ‘해리 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 이야기’를 읽고, 여기서 주어지는 다양한 자료로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11월3일에는 ‘절차의 정의’에 대해 배웠다. 해리 포터가 길에서 친구 네빌의 코렉트럴을 줍고 네빌이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한 뒤 교수님의 도움을 받으러 뛰어가던 중의 이야기가 주어졌다. 마침 길에서 스네이프 교수를 만난 해리 포터는 도둑질을 했다는 오해를 받는다. 약 8면에 걸친 이야기를 읽고 푸는 첫 문제는 “스네이프 교수님이 해리 포터를 가두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것은 무엇입니까?”였다. 한 학생이 반 친구들 모두를 웃게 하는 답변을 했다. “말을 듣지 않고 씹었다는 거예요.” 장 교사가 학생이 쓴 단어를 다른 말로 고치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말을 끊었다. 의심부터 했다’가 맞겠죠. 오늘 알아볼 절차의 정의란, 공정한 결정을 위해 정보를 모으는 기회를 넓히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스네이프 교수는 남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듣질 않고 있죠.”
학생들은 이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주 해리시간에 다양한 지문들을 읽으면서 정의의 목적 등을 더 알아볼 예정이다. 해리시간은 이렇게 해리 포터 자료에서 정의 개념을 찾고 이해한 다음, ‘연습 문제를 통해 정의 개념 익히기→실생활에서 직접 적용해보기’ 순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해리포터 이야기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교재에 있는 교과서, 옛이야기, 신문기사 등도 독해해야 한다.
150쪽 분량의 교재는 지난해 방학 때 장 교사가 직접 만든 것이다. 장 교사는 “정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읽기 자료를 구상하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리 포터 이야기를 다시 창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의를 주제로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교재를 만들고 수업을 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3년 전, 전국사회교사모임의 분과 가운데 사회참여분과(민주시민 분과)에서 활동하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해보던 때 한 학생에게 질문을 받게 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건널목 음향신호기가 학교 주변에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를 조사해보고,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활동을 할 때였죠. 한 아이가 묻더라고요. 선생님! 왜 건널목에 그걸 설치해야 하나요? 시각장애인들은 우리 주변에 별로 없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 모든 건널목마다 설치하는 건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는 것 같다고요. 사회참여 활동을 할 때 ‘무엇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만 알아보고 있었지 ‘왜’라는 물음을 던져주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재를 만드는 데는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참고했다. 특히 프랑스 교재가 많은 도움이 됐다. “여러 자료를 주고 그 자료를 이해하고 해석하게 한 뒤 다음 단계로 차근차근 넘어가는 구성이었죠.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 문제라고 하면, 외국인 노동자 기업규모별 분포 통계자료, 임금체불 현황 자료 등을 보여준 다음 외국인, 공장 사장, 외국인 노동자 단속 공무원, 인권을 존중하는 시민단체,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들의 입장을 만나보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 교사가 주의하는 건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5반 학생들은 정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게임으로 치면요, 한 사람이 두 번 기회를 갖지 않는 거죠. 공정성이 있고 공평한 걸 말해요.” 쉬는 시간 학생들과 게임을 하던 김보배 양은 “신문의 범죄 사건 기사 가운데 판결 이야기가 나오면 유심히 보게 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장 교사의 창의적 수업은 단순히 문제해결력을 길러준다는 목적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참여형’ 문제해결력을 길러주자는 뜻이 분명하다. 칠판에 붙어 있는 스물다섯 개의 ‘띠앗인형’은 이 뜻을 말해준다. 유니세프에서 받은 재료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 인형은 2만원에 입양을 가고, 학생들은 받은 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예방접종비로 보내게 된다. 해리시간의 마지막 부분에서 ‘충분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부분과 관련한 활동이다. 장 교사는 “문제해결력이 단순히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 세상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정의와 관련한 문제들을 풀면서 문제해결능력도 키우고 그걸 바탕으로 실제로도 사회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는 시민의식을 키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그렇다면 5반 학생들은 정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게임으로 치면요, 한 사람이 두 번 기회를 갖지 않는 거죠. 공정성이 있고 공평한 걸 말해요.” 쉬는 시간 학생들과 게임을 하던 김보배 양은 “신문의 범죄 사건 기사 가운데 판결 이야기가 나오면 유심히 보게 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장 교사의 창의적 수업은 단순히 문제해결력을 길러준다는 목적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참여형’ 문제해결력을 길러주자는 뜻이 분명하다. 칠판에 붙어 있는 스물다섯 개의 ‘띠앗인형’은 이 뜻을 말해준다. 유니세프에서 받은 재료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 인형은 2만원에 입양을 가고, 학생들은 받은 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예방접종비로 보내게 된다. 해리시간의 마지막 부분에서 ‘충분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부분과 관련한 활동이다. 장 교사는 “문제해결력이 단순히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 세상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정의와 관련한 문제들을 풀면서 문제해결능력도 키우고 그걸 바탕으로 실제로도 사회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는 시민의식을 키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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