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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오감 동원해 본질 꿰뚫기

등록 2009-04-26 19:26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27. 진정한 책의 유산은 메모이다 (메모하기)
28. 숨어 있는 이미지를 찾아라! (이미지 읽기)
29. 나만의 읽기 방식으로 읽어라 (고수는 속도를 조절해가며 읽는다)

“고독한 일본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순수하고 순애보적인 남성상을 제시함으로써, 40~50대 여성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방송 편성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사의 책임 프로듀서 오가와 준코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결국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로 추앙을 받은 것은 ‘겨울연가’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 ‘준상’의 이미지 때문이다. 준상이라는 존재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많은 일본 여성들은 배용준에게서 준상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한다. 그의 인기 덕분에 무려 1500억엔이 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하니 오늘날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현된 이미지를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현실을 재현해 놓은 것인데, 사진이나 텔레비전 같은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이미지가 오히려 실제보다 매력적이어서 때때로 이미지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이미지에 유혹당하여 비싼 돈을 치르고 이미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를 쓰는 것도 이미지 전략이 상품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지들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속성이나 본질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광고나 영화, 드라마에 담긴 이미지들을 읽어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이미지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시작은 바로 책 읽기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작품에 담긴 다양한 이미지들을 찾아보고 그 의미를 캐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효석(1907~1942)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내용을 살펴보자.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오감을 열고 이 장면을 느껴보라. 달빛 아래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은 메밀밭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고, 메밀꽃 향기가 느껴질 것이다. 그뿐인가.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고요한 달빛 아래 들리는 나귀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여름밤에 들을 수 있는 풀벌레들 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감각적인 이미지 외에 상징적 이미지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달밤의 산길’이 그것이다. 이 길은 장돌뱅이 허 생원의 고달픈 삶의 길이면서, 동시에 애련한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면서 걷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길이다.


이렇듯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이미지를 찾는 것은 작품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찾는다고 말할 수 있다.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인물, 장소, 계절, 사물들은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것들은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조약돌, 개울가, 갈꽃, 메밀꽃, 대추알, 원두막 등은 모두 소년과 소녀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이고, 순수한 사랑을 더욱 부각시키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변형되며 재창조된다는 점이다. <소나기>에서 보여준 순수한 사랑의 이미지는 ‘겨울연가’와 같은 드라마에서 재생되기도 하지만 영화 <엽기적인 그녀>라는 작품에서는 뜻밖의 이미지로 변형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책에 숨어 있는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그것들을 음악으로, 춤으로, 영상으로 재창조해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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