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24.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 창출하기 25. 지지고 볶아서 밥상 위에 올려라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26. 책을 멀티미디어화 시켜라
(다른 매체로 바꾸어보기) 최근 몇 년 새 미국 하버드대 글쓰기 강좌에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치는 논술 강좌는 필수 과목이고, 이제는 시나 소설, 논픽션 등 문예 창작 강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렇게 글쓰기 강좌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21세기는 어떤 직업을 가지든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것은 이야기의 승리라고 말한다. 오바마는 출생과 성장, 방황, 결단 등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 신화의 주제와 플롯에 맞게 재구성하여 풀어놓음으로써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한겨레> 3월19일치 17면) 한마디로 오바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웹 2. 0시대에는 “설명하지 말고 설득하라”고들 한다. 여기서 설득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감동하여 마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담은 정보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듣는 이를 감동시킬 수 없다. 예를 들어 와인을 팔 때, 와인이 지니고 있는 효능이나 숙성 기간 등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여기에 와인을 재배하기까지 겪었던 농부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또는 와인에 얽힌 옛이야기나 신화를 접목하여 들려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잘 만든 제품과 잘 만든 이야기가 합쳐져야 잘 팔리는 시대이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은 스무 살 약관의 나이에 독립협회에서 개최한 만민공동회 연설장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할 정도로 말을 잘했다고 한다. 얼마나 우렁차고 박력이 넘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만한 연설이었는지 연설에 감동한 남강 이승훈(1864~1930) 선생이 사재를 털어 오산학교를 세웠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안창호 선생이 이렇게 연설을 잘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안창호 선생은 어려서 마을에서 책 읽어주는 소년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마을에 새로운 이야기책이 생기면 사람들은 모두 안창호 선생을 불렀고, 소년 안창호는 동네 사람들 앞에서 ‘춘향전’, ‘심청전’을 읽어주었다. 이때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파악하여 어찌나 실감나게 잘 읽는지 어른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잘 듣고, 제대로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평소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를 다시 구연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은 저자이면서 동시에 독자 입장에 설 줄도 아는 사람이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나 분위기, 목적, 그리고 상대방의 눈높이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은 후 알게 된 점을 다양한 상황과 대상에 맞게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김치에 대한 책을 읽었다면, 김치박물관을 안내하는 글을 만들어 보거나, 김치축제 홍보 글을 작성해 보게 한다. 김치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유아에게 소개하는 글을 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치에 대해 알게 된 정보, 김치에 대한 특별한 경험과 깨달은 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사람들에게 익숙한 평강공주를 등장시켜, 평강공주가 온달과 결혼한 뒤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독과 다작으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는 1940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70~80권 정도 책을 썼는데, 글을 쓰는 일은 많은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충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의 결과라고 말한다.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 사고하며 창의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생각들이 생성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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