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25. 지지고 볶아서 밥상 위에 올려라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26. 책을 멀티미디어화해라 (다른 매체로 바꾸어보기) 27. 적자생존, 진정한 책의 유산은 메모이다 (메모하기) “위 영화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 광고 카피를 만든다면?” 제시된 지문을 읽고 영화 광고 카피를 만들라는 문제가 수능시험에 출제되어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평소 광고의 기능이나 제작 과정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문제였다. 영화 광고 카피를 만들려면 영화 내용을 잘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주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지 그 대상을 알아야 한다. 또 영화 내용을 함축하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아 관객을 끌어당길 만한 문구를 생각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전문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사고 능력을 수험생들에게 물어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 우리가 매체를 통한 표현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 드라마나 영화, 게임,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고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책을 읽고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매체로 바꾸어 보는 것을 전문용어로 매체전환(Transmediation)이라고 한다. 책을 읽은 후 다양한 매체로 바꾸어 표현해 보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창의적인 작업이다. 소설을 읽은 후 신문광고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어떤 사람들에게 소설을 팔 것인지 판매 대상(타깃)을 정해야 할 것이고, 다음엔, 그 대상에 따라 소설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부각시킬 것인지 광고 콘셉트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소설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고 고민을 해야 한다. 소설의 어떤 점이 책을 사게 될 대상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기에 신문 광고라는 매체 특성도 잊어서는 안 된다. 광고는 흥미와 재미, 정보라는 세 요소가 들어 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책을 읽고 여러 매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각각의 매체가 지닌 특성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순신’은 수많은 소설과 동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드라마, 영화, 만화, 광고 등 많은 매체를 통해서도 수차례 재창작되었다. 그런데 다 같이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전달되는 이미지나 메시지는 조금씩 다르다. 매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의 특성에 따라 이순신을 연출해 내고, 광고는 광고의 목적과 기능에 따라 이순신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비참한 전쟁에서 백성을 구한 영웅의 이미지가 광고에서는 천하를 평정한 영웅의 이미지로 둔갑하기도 한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은 “미디어는 곧 메시지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매체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보다 못하다, 원작을 훼손했다는 말을 하기 전에 감독이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바꾸었는지를 보려고 애써야 한다. 영화감독이 영화라는 매체 특성에 맞추어 원작을 재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책을 다양한 매체로 바꾸는 작업을 하다 보면 책을 깊이 읽고 분석하는 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눈이 길러질 수 있다. 매체를 만들겠다는 동기와 목적이 있으면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되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려는 의지가 생긴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의 일부분을 뉴스로 만들어보기, 책을 읽고 나서 중심인물과 기자회견을 하거나 인터뷰한 뒤 기사문 쓰기, 주인공의 마음을 노래 가사로 바꾼 다음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보기, 과학책을 읽고 나서 과학만화로 바꿔 보기, 유아용 그림책 만들기 등 매체를 바꾸어 표현해 볼 수 있는 작업은 무궁무진하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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