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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역사가의 ‘해석’ 꼼꼼히 따져보자

등록 2009-05-24 16:19수정 2009-05-24 16:23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30. 인물이야기책 읽기
31. 역사책 읽기
32. 과학책 읽기

“태종 무열왕은 중국에 사대의 예를 다하고 그 문물을 받아들여 거친 풍속을 개량하였으며, 당나라 군대의 위엄을 빌려 고구려와 백제를 평정하고 태평성세를 이룩한 뛰어난 임금이다.”(김부식의 <삼국사기>) “다른 종족을 끌어들여 같은 종족을 멸망시키는 것은 도적을 불러들여 형제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신채호의 <독사신론>)

많이 알려진 대로, 태종 무열왕에 대한 두 역사가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눈, 즉 ‘사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사료’라고 부르는 사실들, 즉 객관적으로 증명된 기록들을 종합하여 역사적 진실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학자가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역사적 사실들이 선정되고 주관적 해석이 내려짐으로써 과거의 사실이 현재에 의미 있는 역사로 되살아난다. 그리스어로 역사(History)의 원래 뜻이 ‘탐구’인 점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 사관은 역사가가 책을 쓸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정치적 목적,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 발간된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는 이런 궁금증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으로 읽어볼 만하다.


역사책을 읽을 때 무엇부터 보아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저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머리말과 차례를 보면서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시대를 나누고, 시대마다 중요한 사건과, 정책, 생활 모습, 문화 예술, 인물을 소개한다. 각각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 전개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 사건이 끼친 영향이 나온다. 그러므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사건을 일으켰으며, 그것들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인지 그 인과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 저자는 또 여러 관점에서 그 사건을 해석해 놓는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저자가 어떤 근거와 논리로써 역사를 평가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예를 들어 김구 선생을 항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역사책이라면 어떤 근거로 그렇게 평가했는지를 알아보고 저자의 역사관을 분석, 비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중학생용 역사교과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역사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의 전 과정을 시대 순으로 서술해 놓은 ‘통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왕조사나 정치사에 치중되어 과학, 경제, 음식, 문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할 기회가 줄어든다. 따라서 <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철학, 역사를 만나다>와 같이 주제로 접근하는 역사책을 읽어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역사를 세계사의 흐름 안에서 주체적으로 인식해 볼 수 있는 <국사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도 권할 만하다.

역사책을 골라 읽을 때에는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아 역사가들이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무엇이고 왜 그 사건을 비중 있게 보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같은 사건을 두고 저자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역사책에 나오는 지도와 사진, 도표 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본문을 읽은 후 지도나 유물 사진을 보면서 거기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듯 말로 풀어내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 어느 책이나 그렇지만 역사책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한다. “왜 남북한은 밖에서는 코리아라고 하면서 안에서는 한국과 조선이라는 이름을 쓸까?” “왜 서남아시아를 중동이라고 부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역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역사적 비판력과 사고력이 쑥쑥 자란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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