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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발언대] 학생 의견 반영해 보충수업 개선을

등록 2009-06-28 15:28

‘보충수업 참여란에 동그라미 하고, 부모님 대신 자기가 서명한 뒤에 반장한테 내라.’ 늘 그래왔고, 늘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인 풍경이다. 이맘때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여름방학 보충수업 희망서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출한다. 아니, ‘제출당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에 앞서, 우선적으로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보충수업의 ‘참여 여부’보다는 ‘내용’ 면에서의 개선이다.

첫째, 교재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무수한 출판사의 로비(?) 덕택인지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의 선호도는 무시한 채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보충수업 교재를 일방적으로 선택하신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이 교재를 사라’고 강요하신다. 심지어 구입처까지 친절히(?) 정해주시는 분도 있다. 요즘 대부분의 참고서는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인지라 학교 보충교재 구입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재 선택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교사들의 모습은 학생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각 학교는 사전에 학생들에게 교재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재 선택을 해야 하며, 보충교재의 가격 또한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방학 보충수업도 일반 정규수업처럼 수업 계획서가 필요하다. 보충수업은 일명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다수 학생들의 의견이다. 수업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에서 보충수업의 의미를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이는 정규수업의 수업 계획서처럼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보충수업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수업은 어떤 목적으로 개설되었으며, 학생들에게서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습 효과는 무엇인지 명백히 문서화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 욕구를 유도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충수업의 의미를 잃고 나무 사이를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숲을 보는 안목을 제시하는 것이다.

셋째, 학생들의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 오늘날 고등학교의 수업은 교사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충수업도 예외일 리가 없다. 개설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의 요구는 깡그리 무시되고 오로지 교사의 판단에 의해서만 수업 내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 측이 개설한 동일한 수업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과목에도 서로 다른 학습 영역이 존재하고 학생들이 취약한 부분은 각각 다르다. 가령, 언어영역에서도 문학을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비문학을 잘하는 학생이 있는 등 학생들의 학습 편차가 심하다. 세분화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보충수업은 진정한 의미의 보충수업이 아니다. 현재의 하향식 보충수업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생에게 적합한 보충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수업 참여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보충학습 참여 여부를 두고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한바탕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 전쟁의 용병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참여 여부를 두고 학생들과 가타부타하기보다는 학생의 요구에 맞춘 보충수업을 먼저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유진/제1기 아하!한겨레 학생기자

◇ ‘교육발언대’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쓴소리, 단소리의 공간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된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본지의 ‘왜냐면’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0자 원고지 8~9장 분량으로 성함과 소속, 연락처 등과 함께 edu@hani.co.kr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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