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몇 주 전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망 뉴스를 듣는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마이클 잭슨은 행복했을까?’였다. 팝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었던 그가 삶 전체를 놓고 볼 때 정말 행복했을까? 물론 행복은 절대적으로 주관적인 것이어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데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부분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이유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다’라는 말처럼 그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불행이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는 5살 때부터 ‘잭슨 파이브’라는 그룹을 시작으로 평생을 유명인사로 살면서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할 평범한 것들을 건너뛰게 되었다. 그가 생전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의 아버지는 형제들을 거의 감금하다시피 하면서 훈련을 시켰고 마이클 잭슨은 그 시절을 가장 외롭고 힘든 시기로 기억했다. 또한 그가 가장 슬프게 생각하는 것은 학창시절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철저히 아버지의 각본에 따라 움직여야 했던 그는 친구들과 놀아 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과 관계하는 법을 배울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특권이란 뭔가 철없는 짓을 해보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경험이 배제된 삶은 자신의 존재감을 무력화하는 과정이 됐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며 같이 떠오른 사람이 있는데 바로 ‘팝의 요정’이라고 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이다. 미국 어린이 미인대회 출신인 브리트니는 9살부터 오프 브로드웨이 쇼의 주연을 맡으면서 일반적인 아이들이 갖는 삶의 경험을 건너뛰게 된다. 마이클 잭슨이 아버지의 통제를 받았다면, 브리트니는 딸을 통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려는 어머니의 통제를 받으며 철저하게 어른들의 각본에 맞춰 살아야 했다. 그러나 브리트니는 성인의 나이로 접어들 무렵 가족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각본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험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좌충우돌하면서 어린 시절에 못해본 것을 해보고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오히려 반길 만한 일이었다. 나는 조용히 점쳐본다. 아마 브리트니는 이 경험을 토대로 한층 더 성숙한 삶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또한 마이클 잭슨도 그런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유명했던 아역 배우들의 삶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의 화려한 삶이 훗날 성인으로서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아역 배우들의 학교 일정이라고 한다. 어린이의 평범한 삶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평범한 삶을 잘 경험하고 있을까? 유명인이 아닌 것이 평범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린이가 어린 짓을 마음껏 경험하는 삶이 바로 어린이로서의 평범한 삶이다. 어른의 각본을 들이밀면서 강요하면 비범한 삶은 될 수 있을지언정 행복한 삶은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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