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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더 많은 도파민과 더 많은 옥시토신을!

등록 2011-04-04 09:55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고2~고3]

23. 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 - 과학영재들의 두뇌도 ‘행복’을 바란다!

<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 주디스 호스트먼 지음 이문영 옮김/쌤앤파커스

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은 장애로 여겨진다. 잠시도 가만 못 있고 부산을 떠는 아이가 학교에서 사랑받기는 어렵다. 집중력이 길지 않으니 성적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ADHD를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사냥을 주로 하는 사회에서는 ADHD가 되레 ‘장점’으로 여겨진다.

빽빽한 밀림, 주변은 온통 위협으로 가득하다. 한 곳에 정신 팔고 있다가는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살고 싶으면 끊임없이 여기저기 시선을 옮기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DHD는 이때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ADHD를 가진 이들은 모험에 끌리기 마련이다. 어지간한 자극에는 만족을 못 느끼는 탓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과감하다. 위기에 앞장서고 두려움이 없으니 성공을 거두는 일도 잦다.

두뇌생리학자들은 ADHD를 ‘도파민’의 문제로 바라본다. 도파민은 만족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남들보다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적다. 음식이 널려 있어도 뱃구레가 적어 제대로 못 먹는 사람과 비슷한 셈이다. 그러니 늘 주변이 심심하고 헛헛하게 느껴진다.

<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 주디스 호스트먼 지음 이문영 옮김/쌤앤파커스
<나의 두뇌가 보내는 하루> 주디스 호스트먼 지음 이문영 옮김/쌤앤파커스

컴퓨터 게임은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치료(?)’에 가깝다.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ADHD 아동들에게서도 부산함이 사라진단다. 흥분을 바랐던 뇌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에 만족을 느낀다.

스마트폰의 시대, 정보와 자극이 곳곳에서 ‘콸콸콸’ 쏟아진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ADHD와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술과 담배 등 ‘약물’은 도파민을 순식간에 많아지게 만든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 수용체를 줄여버린다. 도파민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럴수록 중독의 수준은 점점 높아진다. 수용체가 적어졌으니 예전같이 쾌감을 바로 느끼기는 어렵다. 더 오래, 더 많이 약물을 들이켜야 쾌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뇌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화면에 사로잡힌 뇌는 좀처럼 관심을 떼지 못한다. 인간의 뇌는 ‘정향 반응’(orienting response)에 따라 움직인다. 자연에서는 가만있는 것이 위험한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두뇌는 갑작스런 움직임과 소리에 관심을 먼저 두게끔 ‘세팅’되어 있다. 화면은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한다. 소리와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다, 급작스레 당기고 미는 화면구성과 편집은 두뇌의 신경을 온통 잡아당긴다. 그러니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화면에서 애써 시선을 때도 몽롱한 기분은 이어진다. 오랜 시간 자극에 시달린 뇌가 편안할 리 없다.

현대인의 뇌는 좀처럼 쉴 틈을 찾지 못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은 온통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에게서는 스트레스가 별문제가 안 된다. 심장이 뛰고 손에 땀에 쥐는 상황은 오래 가지 않는다. 맹수와 쫓고 쫓기는 시간은 몇 분 안에 끝이 날 테다. 자신이 잡아먹히거나 위험에서 벗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몇 시간, 며칠씩이나 계속된다. 고민에 빠진 우리의 두뇌는 사나운 짐승에게 쫓길 때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도망갈지, 맞서 싸울지 고민하며 세월을 보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뇌가 온전할 리가 없겠다. 짜증으로 가슴이 울컥거리고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함이 몰려든다. 부족한 도파민을 얻기 위해 음식을 잔뜩 먹어대기도 한다. 건강도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따뜻한 친구와 가족은 스트레스 받은 뇌에게 위로를 준다.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고 서로를 쓰다듬을 때 두뇌는 ‘옥시토신’에 젖어든다. 옥시토신은 사랑과 믿음을 주는 호르몬이다. 어린 시절, 충분하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에게서는 옥시토신이 훨씬 적게 분비된단다. 우리 아이들은 일찍부터 경쟁에 익숙해진다. 아이와 충분하게 애정을 나눌 만큼 여유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있다 해도 자녀와 따뜻함을 나누는 데는 신경을 많이 못 쓴다. 학원 등으로 아이를 내몰며 ‘경쟁력’을 키워주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탓이다.

어른들은 어떤가? 성인이 되면 따뜻함을 나눌 기회가 많을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언제였는지도 감감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로 바쁜 시간을 맞추며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 떨기도 쉽지 않다. 일이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스마트폰과 모니터의 화면을 보며 잠깐씩 도파민을 얻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이 우울함에 시달리지 않을 턱이 있겠는가. 뇌는 몸 전체의 에너지에 20%를 쓰는 ‘거대 기관’이다. 뇌는 현재 속에서만 살지 않는다. 두뇌는 온종일 ‘시뮬레이션’을 거듭한다. 끊임없이 미래를 상상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반성한다. 반면, 두뇌는 상상과 실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떠올리면 아드레날린 등 흥분 호르몬을 쏟아내는 식이다.

자극은 많아지지만 편안한 휴식, 따뜻한 정(情)은 점점 줄어드는 시대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지만, 우리 두뇌는 급하게 ‘진화’할 수 없다. 긴장과 피곤에 찌든 두뇌는 자주 우울해지고 자살 유혹에도 쉽게 빠진다.

카이스트의 학생 3명이 연달아 자살을 했다. 카이스트는 최고의 과학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의 일상에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가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과학도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게다가, 인간관계를 풀고 정신을 가다듬는 인문학적 소양이 그들에게 충분히 주어졌을 것 같지도 않다. 상황만 보아도, 그들의 두뇌가 어떤 호르몬으로 가득할지 보이는 듯하다. 카이스트는 두뇌 연구에서도 최고를 달리는 대학이다. 최고의 과학 영재들의 두뇌도 행복을 바라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특단의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시사브리핑: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카이스트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3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초 전문계고 출신인 1학년 조아무개(19)군이 카이스트 건물 보일러실 앞에서 자살했고, 3월20일에는 2학년생인 김아무개(19)군이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29일 장아무개(25)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최고의 과학 영재들의 잇단 자살을 놓고, 그 원인과 대책 마련에 대해 소셜 웹 등에서는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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