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6. 꿈을 현실로 - ⑤진로와 직업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하종강 외, 철수와영희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창비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박원순, 문학동네 경남 거창고 직업 선택의 십계 중에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라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는 내용이 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갈 것인가는 일단 성적이 나온 다음에 생각하면 돼. 성적이 좋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으니까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야”라고 조언하는 부모나 선생님의 생각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역설적으로 인생은 고난의 가시밭길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전공 선택과 진로탐색을 수능 이후로 돌려버리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 위험하고도 무책임하다.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지, 혹은 어디를 들러 어떻게 갈 것인지,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준비하는 과정은 즐겁고 행복하다. 서너 달 전부터 알아보기 시작해서 차근차근 정보를 얻고 다른 곳과 비교하며 휴가를 기다린다.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로와 직업을 고민하는 데 우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해 줄 것이라는 대단히 잘못된 믿음은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강력하게 작동한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를 중퇴했지만 정보기술(IT)업계의 신화가 되었고 의대를 졸업한 안철수도 전공과 먼 길을 걷고 있으며 법학을 전공한 황병기는 가야금 연주와 작곡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한다. 그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길을 잃고 수능 성적으로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진로와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부가 즐겁지 않을 것이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흐릿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나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면 가슴 두근거리는 행복과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진로와 직업은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업이 곧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로와 직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과 선택이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간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따라 우리의 삶도 그만큼 달라지게 된다. 길담서원에서 ‘일’을 주제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열고 그 강의내용을 엮어 낸 책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는 진로와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한다. 좀더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다섯 명의 강사가 들려주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특히 ‘일’하는 청소년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배경내의 ‘청소년 노동’에 관한 내용과 하종강의 강의는 매우 현실적이다. ‘알바’로 명명되는 노동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알바의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자신의 의무만큼 권리도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류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관점으로 인간의 노동을 살펴보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바탕이다. ‘일’에 대해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 책은 성적으로 내 삶이 결정될 것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진로와 직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철학자 탁석산은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고 말한다.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영어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실제 경험은 이 책의 제목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직업 선택의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인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부터 생각해 보자. 그냥 놀고먹고 싶은 아이들에게 ‘직업’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진로’를 고민하라는 말은 마음에 닿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탁석산은 직업 선택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한 후에 직업의 중요성과 성공 방법을 이야기한다. 세속적으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는 비법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한 인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에서부터 진로와 직업 선택의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의 고민이 남는다. 자칭 소셜디자이너 박원순은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에서 1000개의 직업을 추천한다. 변호사, 시민활동가,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으로 사회에 기여해 온 박원순은 교사와 공무원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직업선호도 1·2위를 다투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세상에 나가 다양한 일을 해보고 역동적인 꿈을 꿔야 할 나이에 직업의 안정성만을 고민한다면 10대의 몸으로 60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발칙한 돌연변이로 거듭나라’는 그의 충고는 ‘내 인생의 시이오(CEO)’가 되라는 충고만큼 당연한 말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 결과가 이 책에는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맨손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상상력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직업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용기이다. 이 책을 통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평범한 직업 너머의 세계를 고민해 보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
일의 노예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하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고 능력과 상황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초고령 사회를 앞둔 우리에게 평생직장보다는 인생을 이모작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 비자금 재판뒤 특채로 삼성 입사
■ 독도가 국제재판소로 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 있다
■ 이정빈 교수 “장준하, 추락 아니라 가격 가능성 커”
■ 카드 세이브포인트 결제의 ‘검은 유혹’
■ “이번에도 내 영화 못봐요…1인2역 쉽진 않더라고요, 헤헤”
■ 법원 “종교인 과세정보 공개하라”
■ [화보] 폭풍 성장 김새론, 이제는 어여쁜 숙녀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창비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 박원순, 문학동네 경남 거창고 직업 선택의 십계 중에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라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는 내용이 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갈 것인가는 일단 성적이 나온 다음에 생각하면 돼. 성적이 좋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으니까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야”라고 조언하는 부모나 선생님의 생각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역설적으로 인생은 고난의 가시밭길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전공 선택과 진로탐색을 수능 이후로 돌려버리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 위험하고도 무책임하다.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지, 혹은 어디를 들러 어떻게 갈 것인지,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준비하는 과정은 즐겁고 행복하다. 서너 달 전부터 알아보기 시작해서 차근차근 정보를 얻고 다른 곳과 비교하며 휴가를 기다린다.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로와 직업을 고민하는 데 우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해 줄 것이라는 대단히 잘못된 믿음은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강력하게 작동한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를 중퇴했지만 정보기술(IT)업계의 신화가 되었고 의대를 졸업한 안철수도 전공과 먼 길을 걷고 있으며 법학을 전공한 황병기는 가야금 연주와 작곡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한다. 그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길을 잃고 수능 성적으로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진로와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부가 즐겁지 않을 것이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흐릿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나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면 가슴 두근거리는 행복과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진로와 직업은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업이 곧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로와 직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과 선택이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간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따라 우리의 삶도 그만큼 달라지게 된다. 길담서원에서 ‘일’을 주제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열고 그 강의내용을 엮어 낸 책 <나는 무슨 일하며 살아야 할까?>는 진로와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한다. 좀더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다섯 명의 강사가 들려주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특히 ‘일’하는 청소년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배경내의 ‘청소년 노동’에 관한 내용과 하종강의 강의는 매우 현실적이다. ‘알바’로 명명되는 노동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알바의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자신의 의무만큼 권리도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류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관점으로 인간의 노동을 살펴보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바탕이다. ‘일’에 대해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 책은 성적으로 내 삶이 결정될 것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진로와 직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 비자금 재판뒤 특채로 삼성 입사
■ 독도가 국제재판소로 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 있다
■ 이정빈 교수 “장준하, 추락 아니라 가격 가능성 커”
■ 카드 세이브포인트 결제의 ‘검은 유혹’
■ “이번에도 내 영화 못봐요…1인2역 쉽진 않더라고요, 헤헤”
■ 법원 “종교인 과세정보 공개하라”
■ [화보] 폭풍 성장 김새론, 이제는 어여쁜 숙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